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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호르무즈 봉쇄' 카드로 제재 맞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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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호르무즈 봉쇄' 카드로 제재 맞불

입력
2011.12.28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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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정부가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에 맞서 ‘석유 해상운송로 봉쇄’라는 맞대응카드를 꺼내 들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은 지난달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란의 핵무기 개발 의혹을 제기한 뒤 이란 석유수입 금지, 이란 중앙은행과의 금융거래 제한 등 강력한 제재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이란 국영 IRNA통신은 모하마드 레자 라히미 부통령이 “이란산 석유 수출에 제재를 가한다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단 한 방울의 석유도 통과할 수 없을 것”이라며 해협 봉쇄 가능성을 경고했다고 27일 보도했다. 오만과 이란 사이에 있는 폭 6㎞의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석유운송의 핵심 요충지 중 하나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2009년 기준 해상으로 운송되는 전 세계 석유의 3분의 1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고 있다.

앞서 이란 해군은 24일부터 열흘 일정으로 호르무즈 해협과 아라비아 반도 남단 앞바다 등에서 군사 훈련을 하고 있다. ‘벨라야트 90’으로 명명된 이번 훈련은 다양한 급의 잠수함, 전투함, 지대함 미사일, 무인기 등이 동원된 대규모 해상 훈련이다. 이란 정부는 “군의 기량과 방어능력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국제사회의 제재에 반발한 무력시위 성격이 짙다.

미국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위협에 대해 “핵개발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을 분산시키기 위한 시도”라며 비난했다. 마크 토너 국무부 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란 정부가 핵 의무 불이행이라는 문제의 본질에서 국제사회의 주의를 분산시키려고 내놓은 또 다른 시도”라며 “일종의 엄포”라고 지적했다.

이란이 실제 해협 봉쇄에 나서더라도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석유 생산 1위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추가 생산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호르무즈 해협을 거치지 않는 우회 운송로도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은 석유업계 소식통을 인용, 이란의 석유 수출이 중단되면 유가 안정을 위해 사우디가 공급을 늘릴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또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걸프 지역 산유국들도 사우디와 함께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 등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내년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중질유는 지난주 종가보다 1.66달러(1.7%) 오른 배럴당 101.34달러에 거래를 마치는 등 국제유가가 상승세를 이어갔다. 영국의 세계에너지센터(CGES) 등 주요기관들은 리비아의 원유 증산과 세계경제 성장 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 등으로 내년 국제유가는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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