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와 중국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전략적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하면서도 구체적 현안에 대해선 뚜렷한 입장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때문에 '말뿐인 소통'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국과 중국의 마찰음은 27일 아침부터 예견됐다. 이날 오전8시 청와대에서 열린 이명박 대통령 주재의 국무회의에 참석한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회의 도중 자리에서 일어나야 했다. 빈 자리는 대기하던 민동석 외교통상부 제2차관이 지켰다. 오전9시부터 제4차 한중 고위급 전략 대화를 위해 방한한 장즈쥔(張志軍) 외교부 상무부부장을 만나기로 돼 있었기 때문이다. 김 장관과 장 부부장은 당초 10여분의 '차담'을 나눌 예정이었으나 40분 동안 긴 '토론'을 가졌다. 이에 따라 원래 9시20분 시작할 예정이던 박석환 외교통상부 제1차관과 장 부부장의 제4차 한중 고위급 전략대화는 늦게 열렸다. 김 장관은 또 오전10시에 시작된 국회 외교통상통일위 전체회의에 제 시간에 참석하지 못했다.
회의장에서도 양측은 사실상 그 동안의 입장을 되풀이하는 데 그쳤다. 정부는 중국 어민의 우리 해경 살해 사건과 관련, 중국 측이 실효적인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해 줄 것과 우리 측이 제의한 한중 외교당국 간의 협의체를 조속한 시일 내에 발족할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중국 측은 일단 유감을 표한 뒤 특별회의 개최와 어민들에 대한 엄중한 계도 등 그 동안의 조치들에 대해 설명했다. 이는 늘 하던 얘기였다. 협의체에 대해서도 중국 측은 "아직 내부 검토를 진행 중"이라고만 답했다.
중국은 특히 우리 정부가 불법 조업을 하는 중국 어선을 단속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한 경우에 총기를 사용하도록 지침을 개선하기로 한 것과 관련, "총기 사용을 남용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이의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정부는 "엄격한 조건과 상황에서 신중하게 시행될 것이기 때문에 전혀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물론 이날 전략대화에서 양측은 김 위원장의 사망 이후 한반도 평화와 안정의 유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 또 내년 수교 20주년 및 내달 한중 정상회담과 관련, 양국 관계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도록 협력하자는 데도 합의했다. 그러나 정작 불법 조업 문제에 대해선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했다.
한편 외교통상부는 우리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임성남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28일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임 본부장의 방미는 지난주 중국 방문에 이어 김 위원장 사망 이후 한반도 정세의 급변과 관련, 관련국 간 조율을 본격화하는 것이다. 임 본부장은 29일까지 미국에 체류하면서 미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글린 데이비스 대북정책 특별대표 등 한반도 관련 당국자들과 면담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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