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조문을 위해 북한을 방문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89) 여사와 현정은(56) 현대그룹 회장 일행은 27일 경기 파주시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를 통해 귀환했다. 조문단 18명은 전날 금수산기념궁전에 마련된 김 위원장의 빈소를 찾아 조의를 표하고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을 만나 위로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엔 귀환하기에 앞서 만수대의사당에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만나 환담했다.
이날 이 여사보다 30분 먼저 돌아온 현 회장은 "김 부위원장과는 조문할 때 잠시 만났을 뿐 별도의 만남은 없었다"고 밝혔다. 현 회장은 김 부위원장의 인상에 대해서도 "매스컴에서 보던 대로 였다"며 "조문 인사만 했기 때문에 여러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없었다"며 말을 아꼈다. 대북사업에 대해 묻는 질문엔 "이번 방문은 순수 조문 목적이어서 대북 사업과 관련된 논의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여사의 방북 소감은 윤철구 김대중평화센터 사무총장이 대신 발표했다. 윤 총장은 "이 여사를 만난 김 부위원장이 '멀리 찾아주셔서 감사하다'고 했고, 이 여사는 위로의 말씀을 전했다"고 말했다. 윤 총장은 "(조문단은) 40~50분 이상 기다렸다가 10분 정도 면담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북한 조선중앙TV가 이날 공개한 조문단의 조문 모습은 금수산기념궁전에 추도곡이 울리는 가운데 '추모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 이희호' '추모 현대그룹 명예회장 현정은'이라는 이름이 새겨진 화환이 빈소로 들어가는 장면으로 시작됐다.
처음 남측 인사를 만난 김 부위원장은 상당히 예우를 갖춰 조문단을 맞이했다. 이 여사가 김 부위원장에게 천천히 다가가 오른손으로 악수를 청하자 김 부위원장은 두 손으로 이 여사의 오른손을 감싸 잡았다. 이어 이 여사가 몇 마디 말을 건네자 키가 큰 김 부위원장은 허리를 숙여 경청하는 듯한 자세를 취하며 이 여사를 깍듯하게 대했다. 김 부위원장은 현 회장과의 만남에서도 두 손으로 현 회장의 손을 감싸 잡았다. 현 회장과는 마주 선 채 20초 가량 대화를 나눴다.
조문객들의 악수에 주로 한 손으로 응하던 김 부위원장은 이 여사의 유족으로 추정되는 한 젊은 남성이 청한 악수에는 두 손으로 응했다. 이 여사는 김 위원장의 시신이 안치된 유리관 주변을 천천히 돌아보다가 잠시 멈춰 서서 시신을 향해 가볍게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조문단이 이날 오전 평양을 출발하기에 앞서 김 상임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김 상임위원장은 6ㆍ15 남북공동선언과 10ㆍ4 선언을 강조하며 "두 분(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노무현 전 대통령까지 세 분의 일이 잘됐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총장은 이에 대해 "이 여사가 '6ㆍ15 공동선언과 10ㆍ4 선언이 계속 잘 이행되길 바라며 저희 방문이 남북관계 발전에 도움이 되기 바란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조문단은 오후 1시20분쯤 개성공단에 도착했다. 이 여사 측은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 등을 둘러봤고, 현 회장 측은 공단 내 현대아산 개성사업소에 들른 뒤 도라산 출입사무소를 통해 별도로 귀환했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파주=사정원기자 sj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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