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부터 노인까지 남녀노소 불문하고 입는 뭘까. 바로 아웃도어 의류다. 그렇다면 아웃도어 중에서도 가장 많이 입는 브랜드는 또 뭘까. 단연 노스페이스다. 하지만 이런 엄청난 유행 못지 않게 못지 않게 그 그늘도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웃도어 1위 브랜드 노스페이스는 올해 소비자가 기준 6,000억원의 매출액을 달성했다고 27일 밝혔다. 경기부진으로 다른 의류가 정체 또는 낮은 한자릿수 성장에 머무는 와중에도 노스페이스는 지난해(5,300억원)보다 13%나 매출이 늘었다. 또 단일 브랜드로는 최단 기간(14년)에 이룬 성과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노스페이스의 매출액은 2003년만 해도 800억원에 불과했지만 이듬해 1,100억원 2007년 3,200억원 2009년 4,500억원 등으로 급속히 증가했다.
노스페이스의 이 같은 기록적 성장은 최근 수년간 아웃도어 시장이 급성장한 덕분. 특히 등산 애호가들의 연령층이 노년층에서 장년층, 부분적으론 청년층으로까지 젊어진 영향이 크다. 노스페이스는 등산 애호가들을 고객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국내 론칭 초기부터 산악인들의 해외 원정 등반과 탐험을 지원했다.
하지만 노스페이스는 이미 등산복의 경계를 뛰어 넘은 지 오래. 아웃도어 의류에 대한 관념을 '등산복'에서 '일상복'으로 바꾸면서 성장의 가속페달을 밟아왔다.
실제로 노스페이스의 패딩 점퍼는 중ㆍ고등학생들로부터 '겨울 교복'이라 불릴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고, 이 때부터 모델도 전문 산악인에서 인기 연예인으로 바뀌었다. 2009년엔 탤런트 공효진, 지난해에는 영화배우 하정우를 모델로 기용했고, 올해 들어선 탤런트 이연희와 아이돌 그룹 빅뱅까지 기용해 타깃 연령층을 더 낮췄다.
하지만 높은 인기만큼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또래 문화가 강한 학생들 사이에 노스페이스가 유행하면서 부모에게 고가의 옷을 사달라고 조르거나 아르바이트를 해서라도 무리해서 마련하려다 보니 부모의 부담이 커지고 학생들 사이에 위화감도 조성되는 문제점이 나타난 것이다.
최근 인터넷에서는 노스페이스 가격대별 학생들의 등급을 나눈 일명 '노스페이스 계급도'가 화제가 됐다. 이 그림은 ▦최고 70만원대에 이르는 비싸고 눈에 띄는 색깔의 패딩 점퍼는 '대장'이 입는 것이고 ▦25만원대의 상대적으로 저가 제품은 '찌질이'가 입는 것이라면서 청소년들의 '노페(노스페이스 줄임말)열풍'을 꼬집었다. 이 그림은 특히 50만~70만원대의 고가 제품에 대해 '등골 브레이커'라는 별명을 붙였는데, 이 말은 "자녀들에게 고가의 패딩 점퍼를 사 주기 위해 부모 등골이 휜다"는 뜻의 씁쓸한 유행어가 됐다. 인터넷 카페 등에선 "사줄 수도 없고 안 사줄 수도 없다"는 학부모들의 하소연이 올라오고 있다.
최근 노페 열풍은 중고등학생을 넘어 초등학교 고학년생으로까지 내려가고 있다. 백화점 노스페이스 매장에 초등학생 자녀의 손을 잡고 오는 부모 고객들이 연일 늘어나자, 노스페이스는 최근 '노스페이스 키즈' 라인을 내놓고 초등학교 저학년과 유아용 점퍼까지 판매하기 시작했다.
아웃도어 업계는 '제2의 노스페이스'가 되기 위해 학생 고객을 붙잡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너도나도 유명 연예인을 모델로 삼고 있지만, 학생들 사이에 히말라야에 오를 때나 입을 법한 고가의 아웃도어 의류가 유행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도 커지고 있다. 아울러 가격 자체에 너무 큰 거품이 끼었다는 지적도 많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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