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북한에서 처음으로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을 가리켜 "우리 당과 국가, 군대의 영명한 영도자"라는 표현이 등장해 주목된다. 모든 국가 권력을 아우르는 지도자로 표현한 것이다. 김 부위원장의 호칭 수준이 단시간 내 급상승하고 있는 것과 관련, 김 부위원장이 권력 전체를 장악했다는 사실을 대외적으로 과시해 체제 안정화를 꾀하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6일 김 부위원장의 참배 소식을 전하면서 그를 "우리 당과 국가, 군대의 영명한 영도자"라고 극존칭 표현을 썼다. 이날 참배에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최영림 내각 총리, 리영호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김경희 당 경공업부장, 김영춘 인민무력부장,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 등 핵심 실세들이 김 부위원장을 수행했다.
같은 날 노동신문도 "전국의 모든 당 조직들은 위대한 김정은 동지의 사상과 영도를 일심전력으로 받들고 있다"며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를 수반으로 하는 당 중앙위원회를 목숨으로 사수하자"는 구호를 강조했다. 당 중앙위 수반은 당 총비서를 의미하는 것으로 김 부위원장이 이미 당권을 장악했음을 시사한 것이다.
앞서 24일자 노동신문에서는 "김정은 동지를 우리의 최고사령관으로 우리의 장군으로 높이 부르며"라고 김 부위원장을 군 통수권자로 지칭했다. 또 각 북한매체들은 25일부터 김일성 주석과 김 위원장에게만 붙이던'태양'과'어버이'라는 수식어를 김 부위원장에게 사용하고 있다.
이와 관련 국가정보원 관계자는 27일 국회 정보위 전체회의에서 "김 주석 사망 때는'수반'과 '위대한 영도자'라는 호칭을 각각 1년6개월과 6개월 뒤에 김 위원장에게 쓴 반면 이번에는 나흘과 사망 직후에 김 부위원장에게 사용했다"고 밝혔다.
한 대북전문가는 "김 부위원장의 권력 장악이 불확실한 시점에서 조기에 체제 안정을 가져오기 위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정원은 이날 일부 언론이 보도한 '김정남이 김정일 비자금의 세탁을 위해 마카오에 거주하고 있고 이에 대한 자금관리를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이 한다'는 내용에 대해 "자금관리 책임자는 장 부위원장이 아닌 다른 사람"이라고 답했다. 일각에서는 이 인물이 김 위원장의 비자금을 관리했던 리수용 조선합영투자위원회 위원장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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