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유럽연합(EU) 회원국을 대상으로 산란계를 좁은 닭장에 가둬 키우는 닭장사육(battery cage)이 금지된다. 1999년 발효된 '동물보호와 복지에 관한 의정서'에 따른 이 조치는 동물을 가혹한 환경에서 해방하기 위한 것이 목적이다. 또 조류독감 구제역 등 가축 질병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뜻도 있다. 생산성만을 강조한 밀집도 높은 사육방식이 구제역 등의 피해를 더 확산시켰다는 판단에서다.
닭장사육은 닭 한마리에 허용된 공간이 A4 용지 넓이에도 못미치는 550㎠정도의 좁고 밀집된 사육방식을 말한다. 닭이 날개를 퍼덕이거나 걸터앉아 먹이를 찾는 본능적 행동마저 제한된다. EU가 내년부터 새로 적용하는 '복지형사육(enriched cage)'은 닭장사육보다 37% 정도 넓은 마리당 750㎠의 공간을 갖춰야 한다.
EU 회원국 중 영국이 가장 적극적이다. 영국 양계업자들은 의정서 발효 이후 10년간 복지형사육으로 바꾸기 위해 4억파운드(7,246억원)를 투자했다. 그 결과 EU 내 3억6,300만마리의 암탉 중 25%에 달하는 8,100만마리의 암탉이 비좁은 닭장에서 해방됐다. 독일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스웨덴 등도 닭장사육을 금지했다.
문제는 스페인 프랑스 폴란드 이탈리아 루마니아 등 재정상태가 나쁜 13개 회원국들이 축산업에 미칠 피해와 비용 등을 우려해 난색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이다. 복지형사육으로 바꾸면 생산비용이 8% 가량 높아진다. 이 때문에 불법 사육방식으로 얻은 값싼 계란이 회원국의 시장을 교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영국 정부는 다른 회원국의 형편을 감안해 이들 나라에서 오는 계란 수입을 막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EU에 닭장사육 금지를 강제할 수 있는 강력한 후속 조치를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유럽위원회는 지난주 닭장사육을 계속하는 국가들에게 소송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내년 1월1일부터 조사팀을 보내 전면 감사를 벌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간 인디펜던트는 "유럽의 소비자들은 어떤 계란을 구매할 것인가 하는 윤리적 문제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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