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이끄는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첫날부터 강력한 쇄신 드라이브를 걸었다. 비대위는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첫 번째 회의에서 과감한 쇄신안들을 속전속결로 결정했다. 비대위가 앞으로 광폭으로 쇄신하고, 쇄신 속도를 높이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회의는 '첫날이니 가벼운 상견례 정도로 끝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3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비대위가 내놓은 '첫 작품'은 당내 최구식 의원의 전직 비서가 주도한 중앙선관위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 사건을 한나라당 스스로 과감하게 정리하게 하는 것이었다. 비대위는 이날 사건 연루 사실이 입증되지도 않은 최 의원에 대해 '자진 탈당'을 권유하는 강수를 뒀다. 비대위는 "검찰 수사에서 무혐의 결론이 나면 그 때 재입당하면 된다"며 단호한 모습을 보였다. 최 의원은 친박계로 분류되는 만큼 박 위원장이 '제 살 깎기'를 결단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와 함께 비대위가 디도스 사건 국민검증위를 설치하기로 한 것과 국회의원의 회기 중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겠다고 한 것엔 '자기 반성', '부패 척결' 등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이날 비대위 회의는 박 위원장이 인선한 비대위원 10명을 처음으로 국민 앞에 선 보이는 자리였다. 비대위원들이 내놓은 취임 일성의 주제는 '변화'와 '젊음'으로 모아졌다. 특히 10명 중 5명이 '젊은이와의 소통 강화'와 '젊은이를 위한 정책 추진'을 강조했다.
청와대 경제수석 출신의 김종인 위원은 "한나라당이 정상으로 돌아와야 국민의 삶이 향상될 것이라고 생각해 비대위에 들어왔다"면서 "한나라당이 창조적 파괴를 하지 않으면 생존이 불가능하다"고 역설했다. 클라세스튜디오 대표이자 최연소 비대위원인 이준석 위원은 "사람들이 제가 한나라당에 가서 트위터 (댓글 다는)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느냐고 하더라"며 한나라당의 '낡은 이미지'를 꼬집은 뒤 "대학 등록금과 저소득층 학생들의 주거 문제 등을 정책에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중앙대 법대 교수인 이상돈 위원은 "한나라당이 쇄신을 통해 국민에게 인정 받는 나라를 건설할 수 있는 세력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성균관대 교수인 이양희 위원은 "아이들과 젊은이의 미래 문제가 정책의 중심이 되게 하려고 왔다"고 말했고, 서울대 교수인 조동성 위원은 "젊은이가 꿈을 마음껏 실행할 무대를 만들어 주는 게 우리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비트컴퓨터 대표인 조현정 위원은 "젊은 대학생들의 울분을 해소해 주고,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문제에 관심이 많다"며 "과학기술인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정책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비대위원들은 이날 한나라당으로부터 '나꼼수 분석'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받았으나 이에 대해 구체적 논의를 하지는 않았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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