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위의 취업성적을 자랑해 온 전문대학이 이미 회사를 다니면서 대학에 진학한 사내대학 출신을 취업실적에 포함시켜 부풀린 취업률을 공시한 사실이 밝혀졌다. 허위 정보가 공시됐는데도 교육과학기술부는 적발한 적이 없어 대학정보 공시제도는 대학 선전도구로 악용되고 있다.
27일 대학정보 공시사이트인 대학알리미(www.academyinfo.go.kr)에 따르면 경북 구미시의 전문대인 G대는 대기업의 고졸 직원을 교육시키는 사내대학(산업체위탁생교육)을 운영하면서 사내대학 졸업생을 취업자로 둔갑시켜 공시해 왔다. 이에 따라 이 대학의 취업률은 2010년 85.7% (취업대상자 1,622명 중 취업자 1,390명), 2011년 83.8%(취업대상자 1,627명 중 취업자 1,363명)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보였다. G대는 "전국 1위의 취업률"이라고 광고하면서 신입생 모집에 적극 활용해왔다.
그러나 취재 결과 이 중에는 사내대학 졸업생이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중에는 국내 최대 전자업체인 A사 사내대학 졸업생만 해도 지난해 418명, 올해 278명이 포함됐다. G대는 비즈니스영어 중국어 일본어 산업경영 정보통신 등 7개 학과로 구성된 A사 사내대학 등 30여개의 대기업과 연계해 산업체위탁교육을 하고 있다.
G대는 한국일보의 취재가 시작되자 2010년 취업률이 77.8%, 2011년 77.7%라고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것과는 다른 수치를 밝혔다. 하지만 교육과학기술부는 입학 당시 이미 취업상태였던 인원을 제외한 G대의 올해 취업률은 72.5%라고 밝혀 기자에게 밝힌 수치조차 부풀려진 것으로 확인됐다.
G대 관계자는 "기 취업자인 대기업 사내대학 졸업자를 졸업생 취업 통계로 잡은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그는 "정확한 숫자와 규모, 범위는 파악이 안 되고, 건강보험 가입자 명단을 기초로 전문대학교육협의회가 집계해 사이트에 올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G대는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42억7,500만원의 교육역량강화사업비를 받아냈는데 여기에는 과장된 취업률 덕분에 신입생 충원율이 올라간 점도 작용했을 것으로 의심된다. 교과부 관계자는 "교육역량강화사업 등 국비를 지원하는 전문대를 선정할 때 졸업생 취업률과 신입생 충원율이 주요 평가지표"라고 설명했다.
2008년 교과부가 전문대학교육협의회에 위탁해 운영하기 시작한 대학정보 공시제는 대학의 운영실태를 자진 공개토록 한 제도로, 건강보험 자료를 기초로 취업자 통계를 잡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허위 공시에도 교과부는 관리감독에 손을 놓고 있다. 교과부 관계자는 "수년 전부터 전국 전문대를 상대로 '취업자료 이중등록 금지 지침'을 내리고 허위등록 여부를 살피기 위해 감사를 벌여 왔지만 적발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구미=김용태기자 kr88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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