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분당의 한 빌라 아랫집에서 발생한 화재로 윗집에 사는 일가족 4명이 목숨을 잃는 어이없는 사고가 일어났다. 소방당국은 사망 사실을 13시간 뒤에야 파악해 허술한 화재 수습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27일 오후 6시 9분쯤 성남시 분당구 분당동 3층 빌라의 2층에 사는 최모(42)씨와 부인(41), 딸(13), 아들(11)이 숨져 있는 것을 주민과 건물관리인 등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발견 당시 최씨 부부는 거실에, 자녀들은 안방에 각각 쓰러져 있었다. 집 내부에는 화재 연기로 생긴 그을음이 가득했다.
시신이 발견된 최씨의 빌라 바로 아랫집에서는 이날 오전 5시12분쯤 불이 나 1,500만원(소방서 추산) 상당의 재산 피해를 낸 뒤 30여 분만에 꺼졌다. 이 불로 주민 7명이 연기를 마셔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소방당국은 최씨 집 문이 잠겨 있다는 이유로 내부를 확인하지 않았다.
'인기척이 없어 이상하다'고 생각한 옆집 주민이 건물 관리인과 함께 열쇠수리공을 불러 내부를 확인한 뒤에야 최씨 가족의 사망 사실이 드러났다. 화재가 난 뒤 13시간이 지난 뒤였다. 경기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화재 진압을 하는 과정에 주변 집들을 꼼꼼히 챙기지 못한 점이 있다"고 실수를 시인했다.
경찰은 정확한 사망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사건 현장에서 정밀 감식을 진행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집안에 연기가 자욱했고, 타살 흔적이 없는 점 등으로 미뤄 가족들이 아래층 화재 연기로 질식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성남=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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