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위원장이'위대한 성인'반열에 올랐다. 물론 그 죽음을 애도하며 갖가지 거창한 말로 기리는 북한 매체의 우상화 찬양이다. 예컨대 조선중앙통신은 하늘과 땅, 산천초목과 미물(微物)까지 신기한 자연조화로 비통해한다며 "장군님은 진정 하늘이 낸 대성인(大聖人)"이라고 찬양했다. 그 증거로 21일 새벽 개성 남쪽 하늘에서 5분 간격으로 푸른 섬광이 번쩍였다면서, 한겨울 눈이 내리는 하늘에서 번개가 치고 우레가 우는 것은 대단히 드문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듣기에 그다지 신기하지 않다.
■ 그에 앞서 노동신문은 "김정일 동지께서 너무도 애석하게 우리 곁을 떠나시는 것을 안 백두산이 몸부림치며 천하를 흔들었다"고 전했다. 백두산 황철나무에 새싹이 돋아 "장군님 영전에 드리는 꽃송이마냥 터쳤다"는 소식도 있다. 비둘기 올빼미 접동새 독수리 백학과 이름 모를 잡새까지 조의식장과 동상 등에 날아들어 구슬피 울었다고도 한다. 사실 여부는 애초 의미가 없다. 다만 이런 걸 근거로 김 위원장을 대성인으로 추켜세운 것은 눈 여겨볼 만하다. 김일성을 수령으로 신격화한 김정일은 유일신교의 사도(使徒)나 선지자 비슷하다고 규정한 북한 연구학자의 글이 생각났다.
■ 경남대 박후건 교수는 지난해 김정일 이후 북한체제를 전망한 논문에서 김정일이 확립한 수령체제를 북한식 신정(神政)국가로 규정했다. 흔히 3대 세습을 봉건왕조에 비유하지만, 김일성 유일사상과 유일지도체제를 지향하는 수령체제는 유일신 종교를 더욱 닮았다는 것이다. 김일성 신격화를 이끈 김정일은 유일신교의 복음을 전파하는 사도 또는 선지자 역할을 한 셈이다. 이는 왕조적 승계와는 매우 다르며, 수령의 후계자는 신과 같은 수령을 대신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으로선 한껏 높여'대성인'으로 받들 모양이다.
■ 큰 성인을 뜻하는 대성(大聖)은 성인 가운데 가장 덕이 높거나 지극히 거룩한 사람을 이른다. 공자(孔子)와 석가모니, 석가처럼 올바로 깨우친 사람이다. 또 유교에서는 전설의 요ㆍ순 임금과 문왕 무왕 주공 등을 성인으로 받든다. 그리스도교는 12사도와 순교자 103위를 성인(saint)으로 모신다. 여기에 비춰보면, 김정일의'대성인'추앙은 아무리 북한이라도 너무하다. 오늘 평양 금수산기념궁전 수령 곁에서 영면할 김정일은 통 큰 찬양에 미소 지을지 모른다. 그러나 눈물바다를 연출할 인민의 진정한 마음에도 과연 그리 새겨질까.'진실의 순간'은 올 것이다.
강병태 논설위원실장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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