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ㆍ경 수사권 조정 관련 국무총리실이 내놓은 강제 조정안(대통령령)이 27일 원안대로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조정안이 최종 관문을 통과한 만큼 6개월 이상 이어진 수사권 논란은 일단락됐다. 검찰은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했고, 경찰은 상위법인 형사소송법 재개정에 나서겠다며 즉각 반발했다.
정부는 이날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열고 ‘검사의 사법경찰관리에 대한 수사지휘 및 사법경찰관리의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 의결했다.
제정안에 따르면 검찰의 경찰 수사지휘 범위와 관련, 경찰의 내사(內査) 권한은 보장하되 사후 검찰의 통제를 받도록 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피의자 신문조서 작성, 긴급체포, 현행범 체포 등 수사활동에서 용의자를 입건하지 않았더라도 검찰에 관계수사서류 및 증거물을 제출해야 한다. 또 경찰은 검찰이 주요 수사기록을 요구할 경우 제출해야 하며, 검사의 수사지휘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검사에게 재지휘를 건의할 수 있다. 경찰에 대한 검사의 수사지휘는 서면지휘를 원칙으로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이제 검찰과 경찰 모두 인식의 변화와 함께 서로 존중하면서 국민의 인권과 수사의 효율성을 위해 협조할 것”을 주문했다.
하지만 경찰은 총리실의 조정안이 22일 차관회의에 이어 이날 국무회의에서 원안 통과되자 즉각 반발했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이날 10만 경찰에 보낸 서한문에서 “총리실이 마련한 직권조정안을 수정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노력했지만 유감스럽게도 관철되지 않았다”며 “검찰 개혁이라는 시대적 과제에서 출발한 이번 형사소송법 개정 취지와 정부기관 간의 신성한 합의정신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인지 참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동희 경찰대 교수는 “국회가 형사소송법을 개정한 목적이 검찰에 대한 견제와 균형이었다”며 “하지만 이 취지가 철저히 무시되고 업무지침(사법경찰직무규칙)에 있던 내용이 법률로 격상돼 검찰의 지휘권은 더욱 공고화하는 일이 벌어졌다”고 비판했다.
검ㆍ경 마찰 과정에 “국민의 지지를 확인했다”며 조 청장이 형소법 재개정 추진의지를 보인 것과 달리 일선 경찰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 경찰관은 “‘수사권 조정안에 직을 걸겠다’는 식의 말만 있었지 수뇌부가 정말 얼마나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는지 의문”이라고 성토했다.
반면 검찰은 표정관리를 하는 분위기다. 대검찰청은 “대통령령이 형사소송법에 비춰 법리상 다소 미흡한 점은 있으나, 국민의 인권이 보장될 수 있게 합리적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사법경찰관이 책임감을 갖고 수사를 개시·진행할 수 있게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방향으로 수사를 지휘하겠다”고 강조했다.
수사권 조정안을 담은 개정 형소법과 시행령은 내년 1월1일부터 시행된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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