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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뮤지컬 '라 레볼뤼시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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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뮤지컬 '라 레볼뤼시옹'

입력
2011.12.2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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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뮤지컬이기에 시도할 수 있는 동양과 서양의 만남이다. 모티프는 프랑스혁명과 구한말 갑신정변에서 따왔다. 갑신정변이 배경이 된 부분은 대사 위주의 연극적 방식으로, 교차 진행되는 프랑스혁명 시기의 이야기는 음악 위주의 서양식 뮤지컬 양식으로 풀어 나간다.

‘사춘기’ ‘마마, 돈 크라이’ 등 참신한 소재와 배우의 에너지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실력을 인정 받은 부부 창작자 김운기(연출), 이희준(극작)씨의 신작 뮤지컬 ‘라 레볼뤼시옹’은 혁명 속에 피어난 비극적인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1884년 한성에서 개혁을 꿈꾸는 두 남자 홍규, 원표 앞에 서도라는 여인이 나타난다. 서도가 원표에게 건네는 이라는 책에는 1789년 프랑스혁명 시기의 레옹, 피에르, 귀족 집안의 마리안느 세 사람의 애절한 사랑이 담겨 있다. 혁명을 꿈꾸는 지식인이지만 갑자기 찾아온 사랑에 흔들리는 홍규와 레옹(윤석원)이 닮았고 냉철한 판단력을 지닌 원표는 피에르(박성환)와 통한다. 서도와 마리안느(문진아)는 모두 사랑을 위해 혁명을 택하고 그 선택에 힘겨워한다. 출연 배우는 단 세 명. 중첩되는 캐릭터를 맡아 1인 2역을 하며 비슷한 양상으로 교차 진행되는 두 이야기를 끌어 간다.

많은 소극장 뮤지컬이 다소 뻔한 이야기에서 소소한 재미를 양념 삼아 유쾌한 웃음을 이끌어내는 것과 달리 시시각각 급변하는 스토리와 캐릭터의 심리 변화를 따라가는 재미가 있다. 로맨스가 스토리의 중심이지만, 혁명 속에 피어난 사랑이 결국 사회 구조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죽음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마무리함으로써 간접적으로나마 계층 갈등이 심각한 이 시대의 아픔까지 함께 읽히게 했다. “혁명이란 건 결국 인간이 사랑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자는 것”이라는 서도의 대사가 귀에 박힌다.

소극장 공연으로는 드물게 클래식한 삽입곡을 피아노, 바이올린, 퍼커션 등의 악기로 구성한 라이브 연주와 함께 선보인다. 완벽한 무대 전환이 어려운 소극장 특성상 끊임없이 의상을 갈아입으며 두 개의 캐릭터를 완성한 배우들의 열정적인 연기에도 박수를 보낼 만하다.

다만 허구의 캐릭터라지만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한 만큼 이야기를 좀 더 유기적으로 보완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 주인공들이 사랑에 빠지는 과정에 대한 세부적인 묘사도 다소 부족하다. 하지만 무대의 크기를 키우고 앙상블을 보강한다면 서사적인 뮤지컬을 선호하는 한국 관객 입맛에 맞는 좋은 레퍼토리로 발전할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내년 1월 29일까지 연우소극장. (02)762-4242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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