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매체가 20대 지도자의 눈물을 자주 보여주고 있어서 그 의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선중앙TV는 27일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전날 금수산기념궁전에 안치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시신을 참배하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공개했다. TV 화면에 나타난 김 부위원장의 얼굴은 펑펑 눈물을 흘린 탓인지 눈이 충혈돼 있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정은 동지께서는 당과 국가, 무력기관의 책임일꾼과 함께 김정일 동지의 영전에 온 나라 전체 군대와 인민들, 세계 진보적 인류의 한결 같은 마음을 담아 영생을 기원하시며 묵상하셨다”고 소개했다.
김 부위원장은 이날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와 현정은 현대그룹회장의 조문을 맞이하기 위해 네 번째 빈소를 찾았다. 김 부위원장은 20, 23, 24일 참배 때도 눈물을 흘렸다. 때때로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는가 하면 터져 나오는 울음을 애써 억누르는 비통한 모습이었다. 조선중앙TV는 24일 이러한 장면을 반복해 방영하면서 “인민들을 바라보시는 김정은 동지의 눈가에는 뜨거운 것이 젖어 있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조선중앙TV가 김 부위원장의 눈물을 반복해 보여 주는 것은 ‘효자’ 이미지를 강조하려는 의도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아버지를 잃은 김 부위원장의 슬픔을 강조함으로써 덕성을 갖춘 지도자임을 보여주면서 후계자로서의 정통성을 각인시키려는 것이다.
동시에 이를 통해 주민을 결속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김 부위원장의 눈물엔 자신의 권력 승계에 절대적인 힘을 실어주던 권력자를 잃고 아버지 뻘 되는 원로들에 둘러싸여 앞으로 절대 권력자로서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고독한 처지가 녹아 있다는 시각도 있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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