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임진년 새해는 우리나라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지도자의 상당수가 바뀌는 해이다. 따라서 세계정세가 매우 혼돈스럽고 불확실성의 시대에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한국일보의 12월26일자의 기사에 눈이 갔다. 내년 기업 경영 키워드를 분석한 시리즈 기사였는데, 첫 키워드로 '불확실성'이 제시되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선진국 경제의 불안'을,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누구도 미래를 자신할 수 없다'고 거론했다. 대기업 총수들이 한결같이 내년 경제의 화두로 불확실성 극복을 이야기 한 것이다. "기업이 제일 싫어하는 것은 불확실성"이라는 말이 새삼 실감되었다.
기업인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한 불확실성은 물론 유럽재정위기로 압축되는 글로벌 경제리스크일 것이다. 사실 우리경제의 높은 대외의존도를 감안할 때, 한국경제와 한국기업의 운명은 유럽재정위기의 향방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모든 경제연구소들도 유럽이 재정위기의 터널에서 얼마나 빨리 탈출하느냐에 따라 성장과 이익규모가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내년 한국경제의 리스크가 그게 전부는 아닐 것이다. 4월 치러지는 총선과 12월의 대통령선거, 이 두 차례의 선거를 포함한 복잡한 국내 정치일정도 빼놓을 수 없는 경영 리스크임을 부인키 어렵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업현실에서 또 하나의 리스크가 있다고 본다. 최근 SK그룹에 대한 검찰수사를 지켜보면서, 이 또한 기업 경영에는 커다란 잠재적 리스크가 될 것이란 생각이 든다.
사실 사건의 핵심에서 벗어나 있는 일반인으로서 SK사태의 실체적 진실은 알 수 없다. 하지만 선뜻 이해 가지 않는 대목도 여럿 있다.
검찰이 제기한 핵심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회사 돈 500억원을 펀드 출자방식으로 횡령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 회장 측은 이 같은 일을 할 이유도 없고, 알지도 못했다고 주장한다. 2008년 당시 인출되었다던 500억원도 9%의 이자까지 받아 한 달여 만에 회수되어 누구도 피해자가 없다는 얘기도 한다. 검찰에서도 그렇게 부인했다고 한다. 본인 자산이 3조원이나 되는데, 자금이 필요하면 은행에서 대출을 받거나 주식을 담보로 빌리면 되는데, 감독기관의 감시감독이 철저한 펀드까지 동원해 횡령할 까닭이 없다는 것이다.
언젠가 진실은 밝혀질 것이다. 그리고 검찰 조사가 한창 진행 중이기 때문에 지금 시점에서 막연한 추측과 들리는 소문만으로 검찰수사에 이의를 제기할 수는 없다. 하지만 최 회장에 대해 제기된 혐의점들이 한 점 의혹 없이 밝혀져야 하듯이, 검찰 수사에 대해 제기되고 있는 의혹 또한 깨끗하게 가려져야 한다고 본다.
이유가 무엇이든 의혹의 단초를 제공한 최 회장이나 SK그룹도 이번 기회에 다시 한번 스스로를 돌아봐야 할 것이다.
다만 이중 삼중의 불확실성이 겹친 2012년을 앞두고, 이번 검찰수사로 인해 SK기업 자체가 위축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총수가 흔들리면 기업이 흔들릴 수 밖에 없는 게 우리나라 기업현실이어서 안타깝다. 어느 때보다도 리더십이 요구되는 위기상황에서 산적한 불확실성을 타개하기 위해 해외를 돌며 투자자를 만나고 수주에 앞장서야 할 총수가 검찰수사를 받는 현실은 더 안타깝게 느껴진다.
이젠 불확실성을 줄여야 한다. 대기업은 공생을 위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동시에 경제성장에 피땀 흘린 기업인들의 노고도 마땅히 존중받아야 할 것이다.
염재호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