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진보지식인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가 27일 페이스북에 진보진영을 향해 경고의 글을 올렸다. 진보진영 내부에 내년 총선, 대선은 '떼놓은 당상'이라는 자만심이 퍼져 있는데 언감생심(焉敢生心ㆍ감히 바랄 수 없다)이라는 것이다. 조 교수가 "정신 차리고 사람, 노선, 활동방식을 혁신하고 연대하지 않으면 승리는 절대 보장되지 않는다"고 비판한 이유는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의 면면 때문이라고 했다.
조 교수가 위기의식을 피력할 정도로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인선은 인상적이었다. "당을 뼛속까지 바꾸겠다"고 밝힌 대로 당의 기존 노선과 가치관이 다른 외부인사 6명을 영입, 근본적인 변화를 도모하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했다. 이들 외부인사가 상징하는 가치와 영입과정은 한나라당, 나아가 이명박 정부의 실책을 극복하겠다는 실천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우선 박 위원장과 인연이 깊은 사람은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조동성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정도이며 나머지는 삼고초려 끝에 영입했다고 한다. MB정부를 초라하게 만든 인사의 실패, 즉 학연 지연 혈연 종교 측근 등을 벗어나지 못한 편향성과는 달리 폭넓게 인재를 기용하겠다는 뜻이다.
정책 면에서도 MB정부와는 방향성이 판이하다. 김 전 수석은 대표적 재벌개혁론자이며 복지론자다. 이상돈 중앙대 교수는 보수인사이지만 4대강 반대에 앞장섰다. 조현정 비트컴퓨터 대표는 MB정부가 정통부 과기부를 없앤 것을 비판하면서 벤처, 정보통신분야에서 일자리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했다. 성장중심주의, 대기업과 토목 위주의 정책을 복지와 IT, 중소기업 중시의 지속 가능한 발전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런 비대위는 어제 첫 회의에서 디도스사건 국민검증위원회 설치, 이 사건으로 비서가 구속된 최구식 의원의 자진탈당 권유, 회기 내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포기 등 중요한 것 몇 가지를 결정했다.
문제는 결정사항의 실천 여부와 내부 갈등이다. 당을 뿌리부터 바꾸는 것은 매우 어려울 수밖에 없고, 기존 사고에 익숙한 세력의 저항도 완강할 것이다. 어떻게 설득하고 제어하면서 환골탈태를 하느냐가 초점이다. 이제 여야의 경쟁도 본격화했다. 의미 있는 변화가 이미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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