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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2040 연대와 희망의 새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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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2040 연대와 희망의 새해를

입력
2011.12.27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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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회사처럼 한국일보도 대학생 인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기자 지망생들이 많은 편인데, 대부분 취업에 도움이 되리라는 판단에서 지원했다고 한다. 하나같이 외국어 실력과 학과 성적이 뛰어난 인재들이다. 게다가 공손하고 윗사람 비위까지 맞출 줄 안다. 그런데 왠지 조금 허전하다. 무엇보다 패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공동체에 대한 관심도 부족하다. 오로지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와 실용에만 치중한다는 느낌이다. 지난날 386으로 불렸던 40대는 대학 시절 세상을 바꿔보겠다는 자신감으로 충만했는데, 요즘 젊은이들에겐 그런 투지와 열정이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다.

'청년실업'이 존재하지 않던 시절

대학에 들어간 게 벌써 30년 전이다. 당시 대학가는 황량했다.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학생들의 격렬한 시위가 끊이지 않았고, 군사정권은 강제 징집과 구속 등 강경 진압으로 맞섰다. 시위에 따른 제적 사태가 빈발해 같은 과 동기 30여명 중 제 때 졸업한 경우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였다. 그래도 국가보안법이나 집시법 전과만 없으면 취업은 어렵지 않았다. 졸업을 앞둔 대학생들의 고민은 취업 여부가 아니라, 어떤 직장을 구하느냐였다.

그만큼 경제가 빨리 성장했고, 질 좋은 일자리도 많았다. 1981~90년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9.7%. 80년대 후반 국제유가 하락 등 이른바 '3저 호황'을 맞아 실업률은 2%대까지 떨어졌고, 임금은 생산성 수준보다 더 빠르게 증가했다. 지금의 40대는 박정희 정권이 추진한 경제개발계획의 단 맛을 향유한 세대였던 셈이다. 노동시장에 나온 청년층을 흡수할 여력이 충분하니, 통계청 실업률에 '청년실업률'이라는 항목을 따로 둘 필요조차 없었다.

청년실업이 늘어난 가장 큰 원인은 역시 성장률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정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3.8%, 내년은 3.7%. 80년대의 3분의 1 수준이다. 외환위기를 거치며 잠재성장률이 급락한 98년 이후 청년실업률이 치솟기 시작했다는 점은 고용이 성장률과 얼마나 밀접한 연관이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성장을 해도 고용이 늘지 않는 이른바 '고용 없는 성장'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10년 전만 해도 성장률이 1%포인트 늘어나면 10만개 가까운 일자리가 생길 만큼 성장의 고용창출능력이 컸지만, 지금은 1% 성장에 3만~4만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게 고작이다. 특히 청년들이 선호하는 대기업 일자리는 설비자동화 등의 영향으로 계속 줄어들고 있다. 최근 10년간 종업원 300인 이상 대기업 종사자는 30%나 급감했다. 문제는 앞으로 3%대 저성장이 고착화할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갈수록 성장률은 낮아지고 대기업의 고용창출능력도 떨어지니, 청년실업이 회복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셈이다.

'일자리 복지'에 초점 맞춰야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끝난 뒤 2040세대의 분노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여당 고위관계자는 "20대는 앞날이 불안하고, 30대는 좌절했고, 40대는 분노했다. 그 때문에 민심이 다 돌아섰다"고 했다. 20대의 취업난, 30대의 사교육비 부담, 40대의 노후 불안 등 2040의 분노가 반여(反與) 정서의 토대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고성장의 과실을 누렸던 40대와 사회의 첫 출발 단계부터 좌절할 수밖에 없는 20대를 어찌 같이 비교할 수 있으랴. 40대가 대학 시절 취업을 고민하기보다는 '정의' '민주' 등의 관념적 이념을 좇을 수 있었던 것도 '일자리'라는 기댈 언덕이 있었기 때문일지 모른다.

내년은 정부가 경제개발계획을 추진한 지 만 50년이 되는 해다. 50년 동안 한국경제를 이끌어 온 성장 중심의 패러다임은 이제 종말을 고했다. 대기업이 사상 최대 수익을 내고 설비투자를 아무리 늘려도 고용이 늘어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성장만으로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하고, 일자리 위주의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고민해야 한다. 새해에는 젊은 세대의 좌절을 위무하고 그들과 연대하는 40대가 되겠다고 다짐해본다. 젊은이들의 분노를 방치하는 사회는 희망을 얘기할 자격이 없으므로.

고재학 경제부장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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