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리뷰/ 알모도바르 신작 '내가 사는 피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리뷰/ 알모도바르 신작 '내가 사는 피부'

입력
2011.12.27 11:49
0 0

두 남자가 한 여자를 두고 피로 얼룩진 관계를 맺는다. 치정은 복수를 낳고, 살인으로 이어진다. 그런데 알고 보면 두 사내는 피를 나눈 사이다. 둘의 어머니는 일상의 평화를 위해 혈연의 비밀에 끝까지 자물쇠를 채운다.

별스럽고 비극적인 가족사 위로 또 다른 복수의 악연이 오버랩된다. 두 남자 중 형인 의사 로베르트(안토니오 반데라스)는 자신의 딸이 겁탈 당하고 목숨을 버리자 가해자 남자를 납치해 자신만의 의술을 이용한 복수를 가한다. 남자를 성전환수술 시키고 얼굴도 자신의 죽은 아내의 모습으로 바꾼다. 그리고 기괴하게도 로베르트는 이 여자와 사랑에 빠진다.

복잡다단한 줄거리만 보면 막장 중의 막장이다. 한국의 드라마 작가들이 두 손 들 정도다. 뭐 이런 영화가 다 있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내가 사는 피부'는 그저 막돼 먹은 영화로 치부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그 무언가를 여는 열쇠는 감독의 이름 안에 담겨 있다.

스페인 출신의 문제적 감독으로 국내에도 열성 팬을 거느린 페드로 알모도바르는 이 엽기적이고도 기괴한 영화에 예술적 기운을 불어넣는다. 등장인물들이 운명처럼 얽혀 드는 치정과 복수의 서사를 통해 인간의 원초적 본성을 파고 들었던 이 감독의 화법은 '내가 사는 피부'에서도 여전하다. 아니 치정과 복수에 대한 묘사는 민망하게 여겨질 정도로 더욱 노골적이다.

영화는 초반 훔쳐보기를 이용해 말초신경을 자극하며 그저 그런 삼류 에로영화의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런데 그 훔쳐보기의 대상이 과연 훔쳐볼 만한 대상이었냐는 질문을 후반 반전을 통해 던지며 관객의 각성을 유도한다. 남자로 태어나 본의 아니게 여자가 된 사람의 성별은 과연 무엇인가 물으며 인간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영화는 피그말리온 신화와 키치 화법을 활용해 관객의 지적ㆍ미적 호기심을 자극하다.

알모도바르 특유의 강렬한 원색의 이미지는 변함없다. '내 어머니의 모든 것'과 '그녀에게'로 국내에 알려진 알모도바르의 작품들 중엔 범작에 속한다. 그래도 그의 열성 팬이라면 큰 불만을 느끼지 않을 영화다. 알모도바르의 저속한 아름다움은 여전히 유효하다. 29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