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프로야구는 올해 양과 질에서 한 단계 도약을 했다. 사상 최다인 680만 관중을 동원하면서 최고의 인기스포츠임을 다시 한번 과시했다. 특히 올해 프로야구는 삼성으로 시작해 삼성으로 끝났다.'초보' 류중일(48) 삼성 감독은 지도자 데뷔 첫 해부터 돌풍을 일으켰다.
독주 끝에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한 삼성은 지난 10월 한국시리즈에서 특급 마무리 오승환과 타격 3관왕 최형우를 앞세워 디펜딩 챔피언인 SK를 4승1패로 무너뜨리고 5년 만에 정상에 올랐다. 지난해 맞대결에서 4전 전패로 무릎을 꿇었던 삼성이었기에 더욱 통쾌한 설욕전이었다. 삼성은 한국시리즈에서 통산 네 번째, 1985년 전후기 통합우승을 포함하면 다섯 번째 프로야구 챔피언이 됐다.
삼성에서만 선수(13년)와 코치(11년)로 24년을 뛰고 올시즌 전 지휘봉을 잡은 류 감독은 데뷔 첫 해 우승으로 최고 감독으로 우뚝 섰다. 권위를 내세우기 보다는 '형님 리더십'으로 선수단을 이끌었다. 삼성은 그 어느 때보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국내 프로야구 최강자의 자리에 올랐다.
류 감독의 돌풍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삼성은 이어 아시아 챔피언을 가리는 아시아시리즈에서도 한국팀 사상 처음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풀리그 2차전에서 일본 소프트뱅크에 0-9로 완패를 당했지만 3차전에서 대만 퉁이를 6-3으로 제압하고 결승에 진출한 뒤 다시 만난 소프트뱅크를 5-3으로 눌렀다.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아시아시리즈를 모두 거머쥔 '트리플 크라운'은 사상 최초였다.
류 감독은 아시아시리즈에서 뚝심을 보여줬다. 예선에서 소프트뱅크에 무너지면서 국내 야구팬들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류 감독은 대회 전부터 풀리그로 펼쳐진 예선에서는 퉁이를 잡고 결승에 오른 뒤 소프트뱅크와 우승 다툼을 펼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었고, 그 전략은 그대로 맞아 떨어졌다.
아시아 최고의 사령탑이 된 류 감독은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도 우승을 해 세계 최고가 되겠다는 것이다.
류 감독은 "다른 감독님들은 국가대표 감독이라는 자리를 피하는 경향이 있지만 나는 한번 해보고 싶다. 기회가 닿는다면 최고 선수들을 데리고 세계 정상에 도전하겠다"면서 "한국 야구가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지난해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했다. 이제는 WBC에서 우승할 때가 됐다"고 원대한 포부를 밝혔다.
노우래기자 sporte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