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900여명의 작은 마을인 캐나다 매니토바주 처칠은 북극곰 최대 서식지로 사람보다 많은 1,000여 마리의 곰이 산다. 인근 와프스크 국립공원에서 봄과 여름을 보낸 북극곰들은 얼음이 어는 시기인 11월 초부터 이곳으로 모여들어 바다가 얼기만 기다린다. 북극곰에게 처칠은 북극으로 이동하는 길목의 대합실인 셈이다. 그래서 처칠 주민들은 이곳을 '전 세계 북극곰의 수도'라고 부른다.
처칠의 관광 산업을 이끌어온 북극곰이 지구 온난화로 생사의 기로에 서 있다. 바다가 예전보다 늦게 얼고 일찍 녹는 탓이다. 북극곰은 숨을 쉬기 위해 얼음 위로 올라오는 물개를 잡아먹고 사는데 바다가 얼지 않는다면 그 기간만큼 굶주림의 시간도 길어질 수밖에 없다.
북극곰의 건강이 악화되니 자연스레 개체수도 줄어들고 있다. 굶주린 곰들은 마을에 나타나 유리창을 깨기도 하고 썰매개 사료를 뒤지기도 한다. 주민과 북극곰 모두를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처칠과 매니토바주는 1967년 북극곰 감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마을 시설에 수용했다가 얼음이 얼면 이동시켜 주는 프로그램은 북극곰과 사람의 공존을 가능하게 했다. 북극곰이 마을에 나타나면 주민들은 이제 자연스럽게 신고 다이얼을 돌린다.
이 같은 조치가 북극곰을 지키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북극 주변의 얼음바다는 이미 3~14% 감소했고 결빙시기 또한 짧아지고 있다. 세계 북극곰 보호단체인 북극곰 인터내셔널(PBI)은 온난화 속도가 늦춰지지 않는다면 2050년엔 처칠의 북극곰이 멸종할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28일 밤 10시 방송하는 KBS 1TV '환경스페셜'이 생존의 위기에 몰린 북극곰의 현재를 카메라에 담았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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