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정부 시위를 유혈 진압해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고 있는 알리 압둘라 살레 예멘 대통령이 조만간 미국으로 가 치료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33년 간 장기 집권한 살레 대통령은 6월 대통령궁에서 로켓포 공격을 받고 부상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익명의 미 행정부 관리의 말을 인용, 버락 오바마 정부가 살레 대통령의 치료 목적 방미를 허용키로 했다고 26일 보도했다. 이에 따라 살레 대통령은 중동에 민주화 바람을 일으킨 ‘아랍의 봄’ 사태 이후 아랍권 지도자로는 처음 미국 방문이 허용돼 뉴욕의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예정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앞서 “살레 대통령의 비자발급이 허용되면 합법적인 치료 목적에 국한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미 정부 내에서는 방미 허용 여부에 대한 찬반 논란이 격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시위대 수백명을 학살한 독재자에게 미국이 도피처를 제공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년 2월로 예정된 예멘의 대선과 정치적 위기 해소 등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 입국을 허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리는 NYT에 “살레 대통령의 처벌을 바라는 예멘인의 반발을 초래할 수 있지만, 이를 상쇄할만한 긍정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AFP통신은 백악관이 살레 대통령의 입국을 허용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고 보도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부대변인은 “살레 대통령의 방미 요청이 있었지만, 어떤 결정이 내려진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살레 대통령은 지난달 면죄부를 조건으로 걸프협력위원회(GCC)의 권력이양 중재안에 서명했지만, 독재자 처벌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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