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대명사 셀룰로이드 35㎜ 필름영화가 조만간 미 할리우드에서 자취를 감출 것으로 보인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25일 리서치업체 IHS스크린다이제스트를 인용해 2013년 말에는 영화산업의 메카인 할리우드에서, 2014년엔 서유럽의 주요 극장가에서 35㎜ 필름영화를 상영하는 일이 없어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IHS 애널리스트 데이비드 핸콕은 "1800년대 후반 무성영화부터 여름철 블록버스터 영화까지 120여년간 영화산업을 이끌어 온 35㎜ 필름영화가 3D 디지털 영화에 자리를 내줄 것"이라며 "35㎜ 필름은 이제 고전 영화를 상영하는 예술극장의 골동품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3D 디지털 영화가 극장가의 대세로 떠오른 것은 최근의 일이다. 2년 전만 해도 디지털 영화의 전 세계 극장 점유율은 15%에 불과했지만,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아바타'(2009) 가 세계적인 흥행 돌풍을 일으킨 뒤 급증하고 있다. 그 결과 2008년 400만㎞에 이르던 35㎜ 필름 수요는 내년에는 3분의 1 수준인 122만㎞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필름 제작에 필요한 은 값이 오른 것도 수요 감소에 한 몫 했다.
수지타산 면에서도 디지털 영화가 훨씬 유리하다. 극장 한 곳에 배급하는데 편당 270만원이 드는 35㎜ 필름영화에 비해 디지털 영화는 27만원이면 충분하다.
영화인들은 그러나 35㎜ 필름에 여전히 향수를 갖고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필름 영화를 상영하는 마지막 한 곳이 문을 닫을 때까지 아날로그 예술을 고집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화 배우 키아누 리브스는 "35㎜필름 305m로는 9분30초 밖에 찍지 못해 늘 필름 절감 압박에 시달린다"면서도 "감독이 '액션'을 외치고 필름이 돌아갈 때 오는 전율은 마법과도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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