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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외금지 세대 '계층 사다리' 많이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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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외금지 세대 '계층 사다리' 많이 탔다

입력
2011.12.26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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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부터 2000년까지 과외금지 기간 동안 중ㆍ고교를 다닌 세대가 하위계층에서 상위계층으로 올라선 확률이 다른 세대보다 7.3%포인트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정책이 계층간 이동사다리를 활성화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 셈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이러한 연구결과를 토대로 "선행학습에 규제가 필요하며, 고교평준화 정책도 지속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26일 보건사회연구원 여유진ㆍ김문길 연구위원과 장수명(교원대)ㆍ한치록(고려대) 교수가 공동 발간한 '계층구조 및 사회이동성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상위 직종을 가진 아버지를 둔 아들이 역시 상위직종을 가진 확률은 53%였다. 반면 하위 직종을 가진 아버지를 둔 아들이 상위직종을 가진 확률은 29%였다.

지난 12년간 부자(父子)의 직업정보가 있는 한국노동패널 6,466명을 분석한 것이다. 상위직종은 전문가ㆍ30인 이상 고용주ㆍ준전문가ㆍ공무원ㆍ중간관리자ㆍ화이트칼라(사무원)로 분류했고, 하위 직종은 영세자영업자ㆍ농부ㆍ숙련근로자ㆍ미숙련근로자ㆍ농업근로자로 분류해 직종을 이분화했다.

이런 계층의 대물림 현상은 과외금지 기간에 중ㆍ고교를 다닌 세대(1961~1985년생)에서 대폭 줄어들었다. 과외허용 세대의 경우 상층 출신과 하층 출신이 상층으로 귀착한 확률은 각각 41.9%, 17.9%로 그 차이가 23.9%포인트나 된 반면, 과외금지 세대는 각각 58.3%, 41.7%로 그 차이가 16.6%포인트에 불과했다. 즉 과외금지 세대는 과외허용 세대보다 7.3%포인트 만큼 더 계층간 이동이 활발했다.

과외금지 세대에 상층으로 올라선 비율이 전반적으로 높은 이유는 이 시기에 화이트칼라 직종이 늘어났기 때문이지만, 하층 출신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상층으로 올라간 것은 과외금지로 교육기회의 소득의존도가 낮아진 결과라는 뜻이다.

연령대별로 따지면 1976~80년생의 계층간 이동이 가장 활발했다. 하층 아버지를 뒀을 때 아들이 상층이 된 비율보다 상층 아버지를 뒀을 때 아들이 상층이 된 비율(오즈비ㆍodds ratio)이 1.66배 높았을 뿐이다(그래픽 참조).

1971~85년생은 줄곧 1점대 배율을 유지해 계층간 이동이 활발했지만, 과외금지가 풀린 1986년생 이후로는 다시 2.44배로 높아졌다. 다만 보고서는 "비교적 젊은 세대여서 귀착계급이 부정확하게 측정될 수 있으므로 자료가 축적된 후 더욱 세밀히 분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계를 그었다.

또 "과외금지 기간에도 계층 이동성이 높았던 것은 다른 사회경제적 요인들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보사연은 "양질의 균등한 공교육을 통해 교육기회가 확대될 때 계급이동을 활성화시킬 수 있다"며 "중학교 평준화와 더불어 고교 평준화 정책은 장기적으로 지속해야 할 정책으로 보인다"고 결론지었다.

이어 "사교육 금지 정책은 강제하기는 어렵지만, 최소한 부정적 외부효과를 감소할 정책을 개발해야 할 것"이라며 "학교교육의 정상적인 운영을 방해하는 선행학습에 대해 헌법적 테두리 안에서 법을 통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학진학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사교육이 확대되고 있는 점에 대해서는 "유럽 국가나 미국의 주립대처럼 고등교육의 상향평준화를 통해 양질의 균등한 공교육을 제공한다면 사교육의 필요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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