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불편하더라도 마음으로는 얼마든지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을 사진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어요."
사진작가 김영삼(33)씨는 청각장애인이다. 그가 '내 마음의 소리&도시안의 세계Ⅲ'라는 주제로 자선 사진전을 열고 있다. 20일 시작한 사진전은 서울 강남구 일원동 밀알미술관에서 30일까지 열흘 간 계속된다.
전시 사진 15점엔 김씨가 세계 각지를 다니며 촬영한 도시의 풍경과 사람들의 모습이 담겼다. 판매 수익금은 국제구호단체 '기아대책'을 통해 전액 전 세계 빈곤가정의 식량지원사업을 돕는 데 쓰인다.
그의 자선 사진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엔 지진 피해를 입은 아이티 이재민들을 돕기 위해 사진전을 열고 수익금 1,200만원을 기부했다.
올해 10월엔 아프리카 케냐와 우간다를 방문해 구호개발사업 현장을 찾는 등 기아 문제에도 관심이 많다. 2005년부터는 미국 뉴저지 밀알재단에서 봉사활동을 해 오고 있다. 매주 중증장애인들의 목욕을 도와주고 이들의 통학버스를 직접 운전한다. 미국 워싱턴, 필라델피아, 캐나다 등지를 순회하며 장애인들을 위한 사진전을 열기도 했다.
김씨는 "우연한 기회에 장애인 캠프에서 사진 촬영 일을 맡은 게 봉사활동에 뛰어든 계기가 됐다"고 했다. "돈을 받고 일하는 건 아니지만 이들로부터 배울 건 더 많다는 것을 느꼈어요. 거동조차 불편한 사람들이 보여준 삶의 열정과 의지가 커다란 자극이 됐습니다."
그는 두 살 때 청각장애 2급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그에겐 누구보다 '밝고 긍정적인 성격'과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줄 아는 '특별한 눈'이 있었다. 미술에 재능을 보여 부산디자인학교를 마치고 미국 뉴욕의 '스쿨 오브 비주얼아트' 사진예술학과를 졸업했다. 현재는 뉴욕 맨해튼을 주 무대로 활동하고 있다.
김씨는 사진을 여러 장 찍고 이를 합성해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주제를 드러낸다. 그래서 "사진이지만 회화의 성격을 띤다"는 평가가 많다. 일반적인 사진 작업 방식을 따르지 않는 독특한 스타일은 미국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2009년엔 뉴욕 퀸즈미술관에서 열린 한국작가전에 백남준의 작품과 함께 초대되기도 했다. "장애인들이 꿈이 있어도 주변 환경 때문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 분들에게 끝까지 노력하면 언젠가는 꿈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하고 싶습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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