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평론가와 큐레이터들이 '향후 국내외 활동이 가장 기대되는 젊은 작가'로 미디어 아티스트 정연두(42)를 첫 손에 꼽았다. '내사랑 지니' '로케이션' '원더랜드' '보라매 댄스홀' 등 사진 연작을 통해 현실과 허구의 관계를 질문해온 정씨는 2007년 당시 30대로는 처음으로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로 선정되며 주목을 받았다.
이어 다큐멘터리ㆍ영상ㆍ설치작가 박찬경(46),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의 2009년 작가 양혜규(40)와 2011년 작가 이용백(45), '뱅크 노트(bank noteㆍ지폐)' 시리즈로 이름을 알린 전준호(42)가 꼽혔다. 박씨는 분단과 냉전, 파독 광부 등을 소재로 다큐멘터리와 영화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을 해왔으며, 전씨는 미국 한국 북한 등의 지폐 작업으로 자본 종속 시대를 은유해왔다.
이는 김달진미술연구소가 펴내는 월간지 가 창간 10주년을 맞아 실시한 '2000년 이후 한국미술의 현장 진단'설문 결과다. 평론가 고충환 정준모 반이정, 김선정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오광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등 미술전문가 53명이 설문에 참여했다.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최고 작가'로는 백남준 김환기 이우환 박수근이 1위에서 4위를 차지했다. 이중섭 권진규 박생광 오윤 김수자 박이소 서도호는 공동 5위에 올랐다. 이 가운데 생존작가는 올해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회고전을 연 이우환(75), 세계 곳곳 군중이 모인 장소에서 촬영한 영상작품 '바늘여인' 시리즈로 유명한 김수자(54), 세계화 시대 개인과 군중의 정체성을 철학적으로 고찰하는 서도호(49) 등 3명이다.
한국 현대미술가 중 재조명이 필요한 작가로는 개념미술과 비디오작업에서 두각을 나타냈으나 서른한 살에 요절한 차학경(1951~1982), 한국적 미니멀 비디오아트의 새 지평을 연 박현기(1942~2000) 등을 지목했다. 2000년 이후 작고한 미술인 중 공헌도가 높은 인물은 미술작가 백남준 박이소와 미술평론가 1호 이경성, 선미술상을 제정해 작가들을 지원한 선화랑 대표 김창실, 독립 큐레이터로 한국미술을 해외에 알리는 데 앞장선 이원일이 꼽혔다.
'2000년 이후 가장 기획력이 돋보인 전시'는 지난해 국립중앙박물관의 '고려불화대전'과 국립현대미술관의 2005년'한국미술 100년'전, 2002년과 2010년 각각 미술평론가 성완경과 마시밀리아노 지오니가 감독을 맡은 광주비엔날레, 2004년 미술평론가 윤진섭이 총괄한 미디어시티서울 등이 호평을 받았다. 올해 열린 전시로는 삼성미술관리움의 '코리안랩소디'와 '조선화원대전'이 포함됐다.
이밖에 한국미술계 발전을 위한 과제로 미술 아카이브 인프라 구축, 장기적 해외 홍보전략, 미술관의 기능 전문화, 미술비평의 문화적 역량 강화 등이 제시됐다.
이인선기자 kel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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