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행정처의 직원이 대법원 예산심사를 담당하는 국회 법제사법위 전문위원에게 돈봉투를 주려 했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법사위 박모 전문위원이 보도자료를 통해 "대법원 예산담당관이 책상 속에 5만원 권이 두툼하게 든 봉투를 놓고 갔다"며 "당사자에게 전화로 '이런 식으로 하면 안 된다'고 항의하고 돈봉투를 돌려보냈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와 함께 그는 법원행정처 해당 직원으로부터 골프접대를 제안하는 문자를 받은 사실도 공개했다.
물론 아직 사실관계가 명확하게 정리된 것은 아니다. 해당 법원행정처 직원은 "사실과 다르다"며 억울함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제는 법원행정처가 "박 위원이 의원 급의 예우와 골프, 향응접대를 요구한다"며 그에 대한 엄단을 요구하는 공문을 국회에 보냈고, 이에 따라 법사위 수석전문위원이 국회 사무차장에게 박 전문위원의 전출을 공식 요구함으로써 불거졌다. 결국 그의 기자회견은 이에 따른 자위적 성격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진상이 어떻든 전반적인 상황을 유추해보면 예산 편성에 일정한 권한을 갖고 있는 박 전문위원이 지나친 대우를 요구했을 개연성이 있고, 약자 입장인 대법원 측이 요구를 어느 정도 맞춰준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
예산로비 행위를 뭐라 하긴 어렵다. 해마다 예산심사 철이 되면 주무 부처인 기획재정부나 국회 예결위원들마다 몸살을 앓는다. 예산을 한 푼이라도 더 따내려는 각 부처나 지자체들의 노력은 당연한 것이다. 문제는 간곡한 설명과 설득 대신 금품과 향응이 오가는 풍토다. 국민의 피 같은 세금을 다루는 엄중한 국가적 업무를 개인적 권한인 양 여기는 그 인식이 기가 막힌 것이다.
나아가 나라 일을 맡은 이들마다 개인적 이해로 얽혀 국가업무를 농단하는 풍토가 어디라고 할 것 없이 확산돼 있는 현실이 한심한 것이다. 부산저축은행 사건 등 대형 정ㆍ관계 로비사건들도 다 이런 현실의 연장선상에 있다. 이번 사건을 단순한 해프닝으로 치부할 게 아니라 수사를 통해 진실을 확인하고 해당자를 엄벌하는 것이 마땅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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