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북성향의 민간단체가 26일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추모 분향소를 설치하려다 보수단체와 충돌을 빚었다. 서울대에서는 분향소가 설치된 뒤 이내 철거되는 등 곳곳에서 조문 마찰이 빚어졌다.
이날 우리민족연방제통일추진회의(련방통추), 국가보안법피해자모임, 사이버민족방위사령부 등 친북성향 단체들은 오후 5시 덕수궁 대한문 앞에 분향소 설치를 강행하려다 대한민국어버이연합회 회원 등 보수단체 회원 100여명(경찰추산)과 충돌했다. 경찰은 앞서 어버이연합회가 같은 장소에 미리 집회신고를 해 이 단체에 집회 불허 방침을 통보했다. 분향소 설치 소식을 전해들은 보수단체 회원들이 일찌감치 자리를 잡고 이들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인 탓에 분향소 설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분향소 설치를 추진한 윤기하(52) 련방통추 대표는 “정부가 민간 조문단 방북을 불허해 조촐한 분향소라도 차려 조의를 표시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분향소 설치를 막기 위해 인근에 대기 중이던 경찰 100명은 양 단체간의 충돌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늦게까지 자리를 지켰다.
이날 낮 12시쯤에는 서울대에서 분향소가 실제로 차려져 소동이 일었다. 농생명과학대학생 박모(22ㆍ여)씨 등이 학생회관 1층 식당 앞에 책상을 놓고 그 위로 국화 한 다발과 향로, 김 위원장이 6ㆍ15 남북정상회담 당시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손을 잡고 찍은 사진을 올렸다. 박씨는 앞서 중앙도서관 인근 게시판에 “남북 화해와 한반도 평화의 마음을 담은 분향소 설치에 많은 분의 뜻이 함께 모이기를 바란다”는 대자보를 통해 학내 분향소 설치를 제안한 인물이다.
하지만 박씨 일행이 분향을 시도하자 현장에 있던 대학 본부 직원들과 청원경찰이 이를 제지하고 곧바로 분향소를 철거했다. 관할 관악경찰서 관계자는 “학생들의 행위가 국가보안법 등 실정법에 저촉되는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김 위원장 추모 분향소는 국가보안법상 찬양ㆍ고무죄에 해당한다”며 “물리력을 동원해서라도 분향소 설치를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 위원장 조문을 위해 방북 중인 것으로 알려진 황혜로(35ㆍ여) 코리아연대 공동대표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허경주기자 fairyhk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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