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국가대표팀의 사령탑 교체 파문이 가라앉기도 전에 조광래 전 대표팀 감독의 폭탄 발언으로 또 다른 논란이 일고 있다. 조광래 전 감독은 26일 협회 수뇌부로부터 선수 선발과 관련한 청탁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조 전 감독은 이날 전화통화에서 "수뇌부의 청탁이 있었던 건 사실이다. 아랍에미리트(UAE)와 레바논 원정 경기를 앞두고 수뇌부 세 명이 선수를 추천해왔다"고 털어놓았다. 갑작스러운 경질로 1년5개월 만에 대표팀 지휘봉을 놓게 된 그는 "기술위원회가 열린 자리에서 수뇌부들이 똑 같이 같은 선수를 추천했다. 옆에는 황보관 현 기술위원장도 있었다"고 혀를 찼다.
수뇌부의 추천을 받은 선수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도 출전한 수비수. 조 전 감독은 "당시 선수 선발을 놓고 코치들과 논의하고 소속팀 감독과도 상의했다. 하지만 '아직 아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며 "원칙과 소신이 한 번 무너지면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그런 상황에서 외압과 타협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그 이후 협회의 비협조적인 태도에 있다. 조 전 감독은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 UAE와 레바논 중동 원정을 앞두고 "경고 누적과 부상에 대비, 기존 23명에서 2명을 더한 25명으로 선수단을 꾸리자고 제안하면서 상대팀 전력 분석도 요청했다"며 "하지만 협회는 예산 문제 등을 들어 두 가지 사안을 모두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선수 선발 청탁은 '허정무호'에서도 존재했던 것으로 보인다. 조 전 감독은 "박태하 코치가 '허정무 감독하고 일할 때에도 선수 선발에 대한 청탁이 있었다'고 말하더라. 그것 때문에 허정무 감독도 고심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조 전 감독과 신문선 명지대 교수 등 축구계 재야 인사들은 그 동안 줄곧 '보이지 않는 손의 외압'이 뿌리 깊은 한국축구의 암적인 존재라고 지적해왔다.
하지만 전임 기술위원장인 이회택 협회 부회장의 주장은 조 전 감독과 달랐다. 조 전 감독이 말한 협회 수뇌부 중 한 명인 이 부회장은 "지난 8월 일본과 친선전에서 0-3으로 패한 뒤 풀백이 없다고 조 감독이 먼저 얘기했다. 그래서 남아공월드컵을 다녀온 선수 중 한 명을 써보면 어떻겠느냐고 한 적이 있는 게 전부"라며 "기술위원장을 하면서 한 번도 누구를 뽑으라고 한 적이 없다. 5월에 조 감독이 올림픽 대표 선수를 다 뽑아가 그걸 얘기하다가 혼났는데 내가 어떻게 선수를 추천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김진국 협회 전무이사는 "상황을 체크할 수 없다"고 선을 그으며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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