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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한파 속 기부 사상최대 "사랑의 손길이 있어 따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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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한파 속 기부 사상최대 "사랑의 손길이 있어 따뜻합니다"

입력
2011.12.26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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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때) 돈 짊어지고 갈 것도 아닌데…."

5,000만원을 기부하며 남긴 말은 이처럼 간단했다. 김희강(70)씨는 이 한마디와 함께 지난 19일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수표가 든 봉투를 건넸다. 부유해서 나눈 것이 아니다. 그는 평생을 어부로 살아온 평범한 하르방('할아버지'를 뜻하는 제주말)이다.

김씨는 처음 이 돈을 제주시청으로 들고 찾아가 "불쌍한 사람들한테 써달라"며 맡겼다. 시청이 공동모금회로 연락해 직원들이 달려갔을 때 그는 이 말조차 남기지 않고 서둘러 떠나려고 했다고 한다.

할아버지의 기부는 처음이 아니다. 석달 전인 9월19일에도 2,000만원을 같은 말과 함께 모금회에 전달했다. 마을 노인회에도 1,000만원을 기부한 적이 있다. 어선을 팔아 생긴 목돈 4,000만원과 조그만 낚싯배로 번 돈을 모았다가 내놓은 것이다. 도청에서 할아버지의 기부 사실을 알고 감사패로 고마움을 표하려 했지만 그마저도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년 실업률은 10%를 돌파했고 경제지표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지만, 사정이 어려운 때일수록 '우리'을 생각하는 작지만 따뜻한 손은 이렇게 더욱 늘고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 열매)가 이달부터 시작한 연말연시 집중모금운동인 '희망 2012 나눔 캠페인' 모금액도 1,310억원을 넘겼다. 모금회 관계자는 26일 "새해 1월까지 진행될 예정인데 이런 추세라면 사상 최고액을 달성할 것 같다"고 조심스레 전망했다. 지난 해 같은 기간 모금액은 1,130억원, 2009년에는 1,167억원이었다. 올해는 여느 해보다 200억원 이상 많이 걷힌 것이다. 기부한 이들도 지난 해 같은 기간보다 5만5,000여명 늘었다.

제주의 김씨 말고도 2년 동안 정부에서 받은 기초생활수급비를 모아 내놓은 이석범(73)씨, 공연수익금 전액인 250만원을 기부한 직장인밴드 맥's 등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사연이 여럿이다. '큰 손'들의 기부도 적잖았다. 삼성 300억원, 현대기아차그룹 150억원, 대한석유협회 140억원, 신한금융그룹 50억원 등이 그 사례다.

구세군 자선냄비도 올해 모금액이 44억 8,000만원에 달해 1928년 거리 모금을 시작한 이래 사상 최대 모금액수를 기록했다. 한국구세군 관계자는 "지난 24일 마감한 자선냄비 거리모금에서 44억8,000만원을 모은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며 "이는 지난해 42억원을 뛰어넘는 역대 최대 모금액"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아직 정산되지 않은 23, 24일 서울 지역 모금액수까지 합하면 올 모금액은 46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자선냄비에 남겨진 사연도 풍성하다. 4일 서울 명동 자선냄비에는 거리 모금 사상 최고 금액인 1억1,000만원짜리 수표가 나와 화제를 모았고 20일에는 익명의 80대 노부부가 구세군본부을 직접 찾아 1억원짜리 수표 2장(2억원)을 후원금으로 넣고 갔다.

기업들의 동참도 크게 늘었다. 금융감독원을 비롯한 22개 금융기관이 5억3,000만원을 기부했고, 구세군이 신설한 고액 기부자 클럽인 '베스트 도너 클럽'에 현대해상, KB국민은행 등이 가입했다.

한국구세군 자선냄비운영본부장인 홍봉식 사관은 "경제가 어려운 가운데도 많은 국민들이 어려울수록 도와야 한다는 마음에 구세군 자선 냄비를 찾아 사랑의 손길을 베풀어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구세군은 거리 모금이 마감된 뒤에도 내년 1월 31일까지 기업 등의 개별 후원을 계속 받는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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