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워도 다시 한 번'은 1968년에 상영된 옛날 영화다. 초등학교 시절 어머니와 이종 누이를 따라 연작으로 제작된 이 영화를 자주 보러 다녔다. 영화관이 순식간에 눈물바다가 되는 최루성 멜로드라마였다. 가수 남진씨가 부른 같은 이름의 영화주제가는 지금도 노래방에서 애창되는 노래다.
진보성향을 가진 어느 문인이 내가 사는 지역의 2012년 총선 분위기에 대해 물었다. 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무장한 세대와 '미워도 다시 한 번'의 눈물 세대의 대결이 관건이 될 것이라 답했다. 선거 때만 되면 미워도 다시 한 번이 다시 상영된다. 나라 망치고 경제 망친 늙고 젊은 정치인들이 반성하며 사퇴하기는커녕 너도나도 미워도 다시 한 번을 합창을 하며 눈물표를 구걸한다.
어느 해 총선에서 어느 대통령 딸의 선거지원유세를 취재한 적이 있었다. 시장바닥을 누비며 관객들에게 웃으며 슬쩍 손 한 번 잡아주는 것으로 내가 낙선되길 바랐던 구악의 정치인이 쉽게 당선되는 것을 보고 경악했다. 이젠 유권자가 현명하게 진화했으면 한다.
4년 내내 실망해서 미워했으면 그것으로 끝내자. 정치는 멜로드라마가 아니다. 정치는 연애가 아니다. 미워도 다시 한 번이 아니라 미우면 그냥 뻥~ 차버리자. 2012년판 미워도 다시 한 번은 흥행에 실패해서 다시는 최루성 멜로드라마가 재탕되는 일이 없었으면.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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