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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훤 기자의 부동산 카페] 알제리에서 온 연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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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훤 기자의 부동산 카페] 알제리에서 온 연하장

입력
2011.12.26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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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마무리하고 다가올 한 해 희망을 설계하는 요즘 가장 많이 접하게 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연하장일 것입니다. 한 해 동안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신년 행운을 기원하는 한 통의 연하장은 사람들 간의 정을 더욱 두텁게 해주기도 하지요.

기자 역시 최근 기억에 남는 독특한 연하장 하나를 받았습니다. 작년 9월 해외 취재차 다녀온 북아프리카 알제리의 플랜트 건설 현장소장이 보내온 것이었습니다. 우선 색다른 그림에 눈길이 가더군요. 연하장 그림의 단골 메뉴인 학이나 매화, 태양, 소나무, 그 해 갑자에 해당하는 동물 등이 아닌, 내년 초에 완공될 플랜트 현장 전경으로 만든 연하장이었습니다. 방문 당시 공정이 37% 수준이어서 다소 휑했던 현장과 그곳에서 검붉게 그을린 얼굴로 무더위와 싸우며 일하던 직원들의 모습이 한 순간 스쳐 지나갔습니다. 어느새 그들의 땀방울이 결실을 맺어 한 달여 후면 완공돼 먼 이국 땅에 한국건설의 또 하나 발자취를 추가하게 됩니다.

비단 이곳뿐 아니라 올해에도 중동 아프리카, 동남아 등 많은 해외현장에서 보여준 한국건설업체들의 눈부신 활약은 세계가 놀라기에 충분했습니다. 비록 사상 최고 수주실적(716억달러)을 기록했던 지난해에는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되지만, 남미와 독립국가연합(CIS) 등 수주지역 다변화가 이뤄졌고 수주 내용도 단순 토목 시공이 아닌 고부가가치 플랜트와 환경 분야 등으로 넓어졌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1966년 1,100만 달러에 불과하던 수주액이 해외 진출 45년 만에 5,200배 이상 커졌으니, 이젠 양적 성장뿐 아니라 질적인 성장도 어느 정도 이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아쉬운 것이 있다면 이런 비약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우리 업체간 불필요한 제살 깎아먹기식 출혈 수주의 구태를 완전히 벗어 던지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수주만을 위한 수주, 과당경쟁에 따른 저가 덤핑 수주의 어두운 이면이 국가 이미지와 회사 신인도, 현장 직원의 노력을 일그러뜨릴 수 있습니다.

수주의 기쁜 소식이 준공 때에도, 그 이후에도 좋은 기억으로 남아 언젠가 다른 누구에게 보내도 부끄럽지 않을 연하장의 그림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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