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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진 별… 뜬 별/ 세상살이 지친 이들을 다독이고… 하늘로 떠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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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진 별… 뜬 별/ 세상살이 지친 이들을 다독이고… 하늘로 떠나다

입력
2011.12.25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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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에도 큰 별들이 속절없이 스러져갔다. 한평생 치열하게 살다 간 거성(巨星)들의 삶은 마지막 순간까지 많은 이들을 일깨웠다.

새해가 밝자마자 소설가 박완서씨가 80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고인은 소설 '나목'으로 문단에 데뷔한 이후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 <그 남자네 집> 등 여러 권의 소설과 수필, 동화를 집필한 문학계의 거목이었다. 전쟁의 상처로 작가가 됐다고 고백한 그는 평생 시대의 아픔과 삶의 애환을 그리며 고된 세상살이에 지친 이들을 다독이고 위로했다.

온누리교회의 담임목사인 하용조 목사가 8월 소천했다. 향년 65세. 고인은 1985년 온누리교회를 세워 국내 대표적인 대형교회로 키우는데 앞장섰다. '성경과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는 성경 중심의 복음주의 운동을 이끌었고, 문화를 통한 해외 선교를 시도하고 개신교 출판사 두란노서원을 설립하는 등 '문화 선교'에 기여했다.

11월엔 역사학자 박병선 박사가 83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고인은 프랑스국립도서관에서 사서로 근무하면서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을 처음 발견한 데 이어 79년엔 병인양요 때 프랑스가 약탈해 간 외규장각 도서의 존재를 확인했다. 올해 5월 140년 만에 외규장각 도서가 고국 땅을 밟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프랑스 국적임에도 국가적 공로가 인정돼 국립서울현충원에 안장됐다.

철강왕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이 13일, 84년 영욕의 삶을 뒤로 하고 눈을 감았다. 고인은 '제철보국'의 일념으로 허허벌판이던 영일만에 종합제철소를 건립하며 산업의 쌀인 철강을 안정적으로 보급하는데 헌신했다. 쇳물보다 뜨거운 열정으로 일궈낸 철강신화는 그를 기억하는 이들에게 오래도록 회자될 것이다.

야구팬들에겐 비보가 잦았던 한 해였다. 9월 '타격의 달인' 장효조 전 삼성 2군 감독이 5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현역 시절 "방망이를 거꾸로 쥐고도 타율 3할을 때린다"는 말을 들을 만큼 천재적인 타격감으로 유명했다. 통산타율 3할3푼1리는 한국 프로야구 불멸의 기록으로 남아 있다. 생전에 고인이 지도한 삼성 라이온즈의 선수들은 5년 만에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해, 함께 기뻐할 수 없는 그의 빈자리가 더욱 아쉬운 한 해였다.

1주일 뒤엔 '무쇠팔' 최동원 전 한화 2군 감독이 우리 곁을 떠났다. 향년 53세. 고인은 프로 입단 2년 차인 84년 27승 13패 6세이브로 정규시즌 MVP에 올랐고 같은 해 한국시리즈에서 5차례 등판해 홀로 4승을 챙기는 전무한 기록을 세우며 롯데의 첫 우승을 이끈 별 중의 별이었다. 롯데자이언츠는 최동원의 등번호인 11번을 영구결번으로 지정하며 야구에 대한 고인의 열정을 기렸다.

9월 '노동운동의 대모' 이소선 여사가 82세의 일기로 별세했다. 고인은 아들 고 전태일 열사가 70년 청계천 평화시장 노동자들의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 여생을 민주화운동과 노동운동에 바쳤다.

브라운관의 낯익은 얼굴들도 떠나갔다. '여인천하', '용의 눈물'로 유명한 사극의 대가 김재형 PD가 4월 별세했다. 향년 75세. 고인은 61년 KBS에 입사한 뒤 64년 TV 사극의 효시라고 할 수 있는 '국토만리'를 시작으로 40년간 248편의 드라마를 연출하며 사극의 대가로 명성을 떨쳤다.

어눌한 말투가 트레이드 마크였던 배우 김인문도 같은 달 별세했다. 향년 72세. 고인은 67년 영화 '맨발의 영광'으로 데뷔해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큰 사랑을 받았다. '배우는 무대 위에서 죽어야 한다'는 지론을 가졌던 고인은 유작인 영화 '독 짓는 늙은이'가 개봉하는 것을 보지 못한 채 44년 연기 인생의 마침표를 찍었다.

한국 시단의 '큰 어른'이었던 김규동 시인이 9월 세상을 떠났다. 고인은 모더니즘을 표방하며 야만적인 물질문명과 현실사회를 비판하는 시를 주로 썼다. <나비와 광장> , <죽음 속의 영웅> 등 9권의 시집을 남겼다.

'산 사나이' 박영석 대장이 10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남벽을 등반하다 실종됐다. 비록 고인은 산에 묻혔지만 "산이 곧 삶의 원동력이자 운명"이라 여겼던 산에 대한 열정만큼은 영원히 얼지 않을 것이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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