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ㆍ26 재보궐선거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인터넷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 사건 용의자 중 한 명인 차모(27ㆍ구속)씨가 이 사건 주범인 최구식 한나라당 의원 비서 공모(27ㆍ구속)씨 구속 이후 보인 행적이 사건에 대한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경찰이 "차씨는 잠적했다"고 밝힌 시점에 그가 수사망을 피해 최 의원 측 핵심 인사와 분주히 접촉한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의 배후를 의심하는 시선이 최 의원 쪽으로 더욱 쏠리는 모양새다.
25일 경찰에 따르면 차씨는 친구 사이인 공씨 등이 지난달 30일 경찰에 긴급 체포되자 최 의원의 처남인 강모(46)씨와 여러 차례 전화통화를 했다. 지난 6일에는 경남 진주시의 최 의원 지역구 사무실을 찾아가 강씨를 직접 만났다. 그는 또 앞서 이 달 초에는 박희태 국회의장 전 비서 김모(30)씨를 찾아가 "최 의원을 만나게 해 달라"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차씨가 공씨 등이 구속되고 자신에 대한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 오자 사후 대책 논의를 위해 최 의원 접촉을 시도했고, 그것이 좌절되자 최 의원 측근을 접촉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게다가 차씨가 이들을 접촉한 직후인 지난 7일 경찰에 자진 출두한 점도 의문이다.
강씨는 최 의원 지역구 사무실에서 자금 담당을 맡으며 핵심 참모로 활동하고 있는 인물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강씨는 17대 국회의원 선거 때부터 최 의원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 지역사회에서 그의 영향력은 상상 이상이고 최 의원도 처남의 말이라면 콩이 팥이라 해도 믿을 정도로 신임이 두텁다"고 전했다. 강씨는 또 최 의원 비서 출신에 박 의장의 전 비서였던 김씨, 17ㆍ18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최 의원 캠프에서 운전기사 등으로 일한 차씨, 공씨와 오래 전부터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디도스 공격 사건에 최 의원의 분신과도 같은 존재인 강씨를 중심으로 차씨와 공씨, 김씨 등이 이리저리 엮여 있는 만큼 차씨와 강씨의 만남은 석연치 않은 측면이 많다.
하지만 경찰은 디도스 공격 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이는 차씨가 강씨와 접촉한 사실을 확인하고도 강씨를 적극 조사하지 않았다. 소환 조사는 하지도 않았고 전화통화로 해명만 들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두 사람이 만난 이유는 공씨 구명 요청 목적이었다고 양쪽에서 동일하게 진술해 굳이 강씨를 조사할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은 이 진술을 검증할 생각도 안했다. 그러나 검찰은 지난 22일 강씨를 소환해 조사했다.
여기다 최 의원이 10ㆍ26 선거 전날 한나라당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비장의 카드가 있다"고 말했다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최 의원은 당시 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캠프에서 홍보기획본부장직을 맡고 있었다. 최 의원 측은 그러나 이에 대해 "선거 전날 일정표상 의원들과 약속은 없었다"면서 "최 의원은 집에 일찍 들어갔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