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오전 경기 화성시 동탄면 영천리의 야산에 반달가슴곰 한 마리가 나타났다. 몸무게 50~60㎏에 키는 1.2m 정도인 어린 곰이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마취총으로 포획해 동물병원으로 옮겼지만 곰은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숨졌다.
발견장소가 야생곰에게 적합한 환경이 아닌 경부고속도로 옆이라 이 곰이 천연기념물일 가능성은 매우 낮았다. 역시나 환경부 조사에서도 사육되고 있는 반달곰으로 판명, 사육곰 관리실태가 다시 한번 도마에 올랐다.
우리 탈출한 반달곰
25일 한강유역환경청에 따르면 국립생물자원관이 화성에서 포획한 곰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자생종이 아닌 일본에서 유래한 반달곰이었다. 가슴에 반달모양의 흰색 띠가 있어도 혈통이 다른 외래종이라 천연기념물은 아니다.
한강환경청이 이 곰의 이동경로를 추적해 닿은 곳은 경기 용인시의 한 농장이었다. 이 농장은 사육곰을 100마리 이상 키우는 곳으로 중부지방에서 규모가 가장 크다. 조사결과 환경부의 사육곰 관리지침을 위반하지는 않아 주의를 주는 선에서 사건은 마무리됐다. 한강환경청 관계자는 "우리 관할구역에서만 21개 농가가 반달곰 등 359마리의 곰을 키우고 있지만 지침을 위반해도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고 밝혔다.
겉도는 사육곰 관리
천연기념물(제329호)인 반달곰은 야생 서식이 의문시돼 멸종보다 한 단계 낮은 절종(絶種) 상태다. 반면, 사육되는 반달곰은 2010년 12월 말 기준 1,172마리나 된다. 992마리는 웅담채취를 위해 사육되는 곰이고, 180마리는 동물원 등에서 전시ㆍ관람용으로 키우고 있다.
이 반달곰들의 조상은 1981~1985년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와 일본에서 수입된 외래종이다. 당시 정부는 재수출을 통한 농가 소득 증대를 위해 곰 수입을 허용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1993년 7월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ㆍ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가입하며 반달곰 등 모든 곰의 수출이 금지됐다. 농가입장에서는 10년이 넘은 곰에서 약재로 쓸 웅담을 채취하는 것이 유일한 수익원이다.
환경부는 2005년 사육곰 관리 지침을 만들어 개체별 관리카드 작성, 상ㆍ하반기 한 차례씩 점검 등을 시행하고 있지만 실효성은 낮다. 농가가 작성하는 관리카드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다 지침 수준이라 위반 시 제재할 법적 근거도 없다.
환경부의 딜레마
사육곰 불법도축 및 유통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정치권에서는 법 제정에 나섰다. 민주통합당 홍희덕 의원이 대표발의한 사육곰 관리를 위한 특별법안은 올 6월 상정돼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심의 중이다. 야생동물 보호를 위해 정부가 사유곰을 매입, 궁극적으로는 농가의 곰 사육을 근절시키는 것이 법안의 골자다. 사육곰을 학대하거나 불법적으로 부산물을 채취한 이들에 대한 처벌 규정도 담고 있다.
환경부도 대책마련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개인이 수입한 것을 국가가 보상해 줄 경우 생길 부작용과 막대한 재정부담을 우려해 난색을 표하고 있다. 마리당 매입비용을 1,000만원으로 잡아도 당장 수백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환경부 관계자는 "실태를 파악하는 것이 먼저라 사육곰 관련 조사에 착수하기 위한 내년 예산을 확보 중"이라고 밝혔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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