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애도기간에도 정상 영업 중인 개성공단에서 조문 문제가 남측 주재원들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현지에 마련 분향소에서 연일 조문을 하는 북측 근로자들이 우리 측에 '왜 조문을 안 하느냐'는 불만을 일부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조문 문제로 공단 내 남북 인사들간 관계가 불편해질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남측 개성공단관리위원회와 북한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은 최근 협의를 거쳐 개발지도총국의 사무소에 공단 내 북한 근로자 4만8,000여명을 위한 분향소를 설치했다. 분향소 설치 이후 북한 근로자들의 조문은 계속되고 있지만 우리 측은 정부 방침에 따라 일절 조문을 외면하고 있다.
정부는 이희호 여사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제외한 우리 국민의 조문을 허용하지 않는 상황에서 개성공단 주재원도 예외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홍양호 개성공단관리위원장은 지난 23일 서울 개성공단지원재단에서 개성공단기업협회 및 개성공단기업책임자회의 임원 10여명과 만나 "공단의 주재원들이 조문하지 않도록 협조해달라"고 당부했다. 정부가 공단에 상주하는 주재원을 관리하기 쉽지 않고, 혹시라도 이들이 분향소를 찾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당부자리를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적지 않은 입주업체는 이 같은 당부에 아쉬움을 표하면서 주재원 조문 문제는 업체의 판단에 맡기는 것이 좋다는 속내를 보이고 있다
한 입주업체 대표는 "업체들이 생산성 향상을 위해 북측 근로자들의 마음을 얻어야 하는 특수한 상황을 고려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른 인사도 "조문은 심각한 정치•사상적 문제가 아니므로 업체들의 의견을 존중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통일부 관계자는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정부 방침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문제가 발생한 업체는 없다"면서 "개성공단도 조문을 불허하는 정부 방침에서 예외일 수 없다"고 밝혔다. 개성공단은 김 위원장의 장례식과 대규모 추모대회가 각각 예정돼 있는 28일과 29일 임시 휴업한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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