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와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의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조문을 위한 방북 일정이 확정됨에 따라 후계자인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과의 접견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접견이 이뤄질 경우 사실상 김 부위원장의 첫 남측인사와의 만남이란 점에서 그가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일정상 이 여사와 현 회장은 26일 오후 김 위원장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기념궁전에서 조문할 예정이어서 여기서 김 부위원장과 만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자리에서는 장례 관례상 간단하게 위로를 전하는 말이 오고 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김 부위원장이 이 여사 일행을 따로 접견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2009년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당시 이 여사가 남측을 방문한 북측 고위급 조문단의 빈소 조문 이후 별도로 면담한 전례가 있고, 김 부위원장도 조문기간 동안 외국 조문단을 맞으면서 통역을 통해 대화를 나누기도 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남북이 최종적으로 협의한 우리측 인사들의 조문 계획에 대해 북측이 26일 오후 12시부터 2시간 동안 오찬 일정을 비워 놓았다는 점도 이 같은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실제 별도의 접견이 이뤄질 경우 김 부위원장은 김 위원장이 언급했을 것으로 보이는 유훈을 먼저 언급할 것으로 보인다. 또 김위원장이 생전 김 부위원장에게 언급했을 김 전 대통령과 현 회장 일가와의 인연에 대해서도 대화가 오갈 수 있다. 하지만 향후 남북관계 등 정치적 메시지를 언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만약 김 부위원장과의 별도 접견이 무산될 경우 이 여사, 현 회장과 일면이 있는 김기남 당 비서와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리종혁 아태평화위 부위원장 등이 김 부위원장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이번 조문단은 이 여사 측에서 아들 김홍업ㆍ김홍걸씨를 포함해 13명, 현 회장 측에서 장경작 현대아산 대표를 포함한 5명 등 모두 18명으로 구성됐다. 정부 실무진과 박지원 민주통합당 의원,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은 제외됐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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