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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의대 일요 무료진료소 라파엘클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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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의대 일요 무료진료소 라파엘클리닉

입력
2011.12.25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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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인 25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혜화동 동성고 4층 강당. ‘라파엘클리닉 무료 진료의 날’이라는 안내문이 붙은 강당에 40여 명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모여 들었다. 600m² 규모의 공간에서 25명의 의사들과 10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이들을 반갑게 맞았다.

진료 차례를 기다리던 파키스탄 출신의 게슬(29)씨는 “항문 질환이 심해졌는데도 병원에 갈 엄두를 못 냈는데 진료에서 약 처방까지 무료라는 말을 듣고 여기까지 찾아 왔다”며 “번호표를 받아야 할 정도로 사람이 많다고 하더니 역시 그렇다”고 했다. 평소 위가 좋지 않아 세 번째 방문했다는 재중동포 김치민(60)씨는 “돈도 돈이지만 이곳의 의사들과 자원봉사자들이 무척 친절해서 자꾸 오게 된다”고 귀띔했다.

이날은 15년째 매주 일요일이면 어김없이 외국인 노동자들의 건강을 돌봐온 사회복지법인 라파엘클리닉의 올해 마지막 진료날이다.

라파엘클리닉은 의료봉사단체다. 서울대 의대 가톨릭학생회가 1958년에 만든 무료의료진료소에서 출발, 97년부터 본격적으로 운영되기 시작했다. 이 단체 대표를 맡고있는 김유영 국립중앙의료원 알레르기내과 과장은 “당시 IMF 한파로 중소기업에서 해고된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은 최소한의 의료 서비스도 못 받고 있었다”는 말로 라파엘클리닉 탄생 배경을 설명했다. 지금은 서울대 의대 가톨릭 신자들을 주축으로 고려대와 건국대 등의 의료진 40여 명이 소속되어 있고, 이들이 매주 번갈아 내과, 이비인후과, 비뇨기과 등의 과목을 진료한다.

라파엘클리닉의 뿌리인 서울대 의대 가톨릭학생회 소속 30여 명도 자원봉사 활동을 나왔다. 학생회 대표 김호준(27)씨는 “아프다기보다 외로워서 이곳을 찾는 분들도 있다”며 “그 분들께 인사만 드려도 얼굴이 밝아지는데 그걸 볼 때마다 힘이 난다”고 했다. 현성은(23)씨는 “성탄절이라서 봉사가 더 의미 있는 것 같다”며 “봉사는 시간이 남을 때 하는 게 아니라 누군가가 나를 필요로 할 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총 300여 명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이날 성탄절 선물로 무료 진료를 받았다. 내년 1월1일에도 라파엘클리닉의 무료 진료는 계속된다. 김 대표는 “역사적으로 보면 우리 모두가 이주민이지 않나”며 “우리도 언제든 타국에 가서 일을 하고 외국인 노동자가 될 수 있다. 그들을 남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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