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사무소부터 공공화장실까지 동네 구석구석을 바꿔 놓겠습니다. 건축가는 원래 대형 건물과 전원주택이 아닌 공공의 환경을 짓는 사람들이니까요.”
“시민이 행복한 건축을 하겠다”며 젊은 건축가들이 나섰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08년부터 매년 45세 이하 건축가를 대상으로 선정하고 있는 ‘젊은건축가상’ 수상자 6명이 주축이 된 ‘젊은건축가포럼코리아’가 21일 출범했다. 이들은 서울 종로구 화동 갤러리빔에서 발족식을 갖고 “일상과 호흡하는 건축을 선보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젊은 건축가들의 의기투합은 대한민국 건축문화에 불만에 기인한다. “대단지 아파트처럼 천편일률적인 건축이 주를 이룬 ‘건설공화국 대한민국’에서 건축의 공공성과 일상성은 설 자리를 잃었다”는 게 이들의 인식이다.
이들이 그간에 설계한 건축물을 보면 지향하는 바를 헤아리긴 어렵지 않다. 2008년 젊은건축가상 수상자인 신승수 디자인그룹오즈 소장은 지난해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 다세대주택을 지었다. 1층을 외부로 개방해 행인들이 지나다닐 수 있는 길로 트고 4층 옥상엔 공용 정원도 만들었다. 그럼에도 공사비는 3.3㎡당 350만원으로, 인근 주택들에 비해 낮은 편이었다. 신 소장은 “저소득층도 적은 비용으로 건축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비싼 자재를 대체할 수 있는 싼 자재를 찾았고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만나도록 공공 공간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올해 젊은건축가상 수상자인 전숙희 와이즈건축 소장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에서 건립하는 전쟁과여성 인권박물관 설계를 맡았다. 내년 3월 인권의 날에 맞춰 개관할 예정인 이 박물관은 2층짜리 벽돌집인 일반 주택을 개조한 형식이다. 박물관 내에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로하는 야생화 뜰도 마련하는 등 세심하게 배려했다. 전 소장은 “1억원 정도의 공사비가 부족해 나부터 기부금 모집에 팔을 걷고 나섰다”고 말했다.
젊은건축가포럼 측은 “앞으로 블로그 운영, 분기별 컨퍼런스 개최, 건축 관련 전시 등을 통해 건설 정책 제안부터 대중과의 소통까지 다양한 활동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시민 동의 없이 지어지는 지방자치단체의 조악한 상징물부터 달동네 재개발 문제까지 폭 넓은 주제를 다룰 생각도 갖고 있다.내년 봄에는 ‘2022년 서울’이라는 주제로 10년 후 도시의 모습을 예측하고 논의하는 전시도 연다.
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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