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혹한에 문인들이 길을 나선다. 펜 대신 평화의 염원을 담은 배낭을 짊어지고서. 임진각에서 제주 강정마을까지 527km의 길을 릴레이로 걸어서 종단하는 대장정이다. 제주 강정마을에 건설되는 해군기지의 부당성을 알리고 우리 사회에 평화의 의미를 묻고 성찰하자는 취지다.
한국작가회의 산하 여성과인권위원회와 자유실천위원회는 26일 오전 10시 임진각에서 '생명평화걷기 글발글발 평화릴레이'출정식을 갖고 한달 가량의 릴레이 걷기를 시작한다.
이들은 임진각에서 목포까지 1번 국도를 따라 482.6㎞를 걷고, 바다를 건너 제주항에서 다시 44.4㎞를 걸어서 내년 1월 20일 제주 강정마을에 도착할 예정이다. 하루 20여km를 두 팀이 나눠서 걸으면서 강정에 보내는 작가들의 편지를 담은 우편배달 배낭을 릴레이로 전달하게 된다.
이번 걷기 행사에는 시인 이시영 도종환 안도현 함성호 손택수 문태준 김근, 소설가 현기영 공지영 전성태 김연수 백가흠, 문학평론가 염무웅 황현산 등 원로에서 신진까지 150여명의 문인들이 참여하며 각 구간별로 인근에 사는 작가들도 동참할 예정이다.
행사를 기획한 조정 여성과인권위원회 위원장은 "서울 경기 권역 구간은 참여자들이 확정됐고 나머지 구간은 신청을 계속 받고 있어 참여자들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며 "60대의 박정혜 시인은 서울 경기 7일 일정을 모두 참여키로 하는 등 문인들의 반응이 뜨겁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조성봉 감독이 행사 전 과정에 동참해 이번 행사를 다큐멘터리로 제작하며 매일 유튜브에 걷기 영상을 올려 일반인들의 참여도 이끈다는 계획이다. 작가회의 홈페이지(hanjak.or.kr)에 구간별 걷기 일정표가 게재돼 일반인들이 좋아하는 작가의 일정에 맞춰서 함께 걸을 수 있다. 조 위원장은 "제주 해군기지 백지화와 강정 주민 생존권 지원을 목표로 하는 이번 행사는 평화의 감수성을 단련하는 길이기도 하다"며 "우리가 지향해야 할 가치와 윤리가 어디에 있는지 우리 사회에 묻고 스스로 성찰하는 계기로 삼으려 한다"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