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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시험대 오른 오바마 독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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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시험대 오른 오바마 독트린

입력
2011.12.25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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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 속에 묻힌 뉴스 가운데 하나가 미국, 일본, 인도의 첫 3자 회담이다. 차관보급으로 구성된 3국 인사들은 19일(현지시간) 워싱턴에 모여 4시간 동안 공동 관심사를 논의했다. 미 국무부의 커트 캠벨 동아태 차관보와 로버트 블레이크 남아태 차관보, 국방부의 피터 래보이 아태 차관보 대행,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전략계획 담당 선임국장 데릭 철렛이 참석한 데서 미국이 이번 회담에 둔 비중을 알 수 있다.

이이제이 원하는 미국

회담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중국 문제가 테이블에 올랐을 것이란 점은 분명해 보인다. 2006년부터 3자 회담을 촉구해온 3국의 싱크탱크들은 외교, 군사, 경제에서 3국이 중국과 부딪히는 문제를 그 배경으로 거론해왔다. 시기상으로도 이번 회담은 최근 중국이 동아시아에서 공세적 태도를 보이고 미국은 아태지역 관리 강화에 나선 가운데 열렸다.

중국의 부상과 위협에 대응해 각국이 펼치는 외교는 따라잡기 힘들만큼 복잡하고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호주는 지난달 미국 해병대에 기지를 제공하고 인도에는 천연 우라늄을 수출하는 전략적 선택을 한 뒤 미국, 인도, 호주의 3자 회담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과 경제, 군사 그리고 외교에서 경쟁하는 인도는 지난해부터 동방정책을 제시하며 아시아 외교에 주력하고 있다. 인도는 이번 워싱턴 회담과 별개로 매년 자국 남서 말라바르 해안에서 3국 군사훈련을 하고 있다. 일본은 미국은 물론 호주, 인도와 전략적 관계를 한층 강화하며 동아시아의 축 역할을 자임하려 한다. 얽힌 실타래 같은 움직임에서 발견되는 공통점은 종종 주변국에 패권적인 중국의 배제 또는 포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 입장에서 이번 회담은 버락 오바마 독트린의 연장선에 있다. 지난달 나온 오바마 독트린은 미국이 향후 태평양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2001년 9ㆍ11테러 이전까지 미국의 주된 관심은 부상하는 중국이었다. 테러와의 10년 전쟁이 종식되는 시점에 나온 오바마 독트린을 위해 어쩌면 중국 위협론이 필요했을지 모른다. 이번 회담에서 미국은 남아시아에서 인도, 동아시아에서 일본의 더 큰 역할을 주문했다고 외교 소식통은 전하고 있다. 이이제이(以夷制夷)까지는 아니더라도 중국 위협론에 맞서 일본, 인도가 역할을 분담해달라는 것이다. 그 핵심에는 지역 안보에 무임승차해온 인도와 일본에 군사적 역할을 강조해, 국방비 삭감에 따른 미국 영향력 축소를 상쇄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오바마 독트린 첫 도전

그러나 중국을 배제한 오바마 독트린은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으로 처음부터 도전을 받고 있다. 김 위원장 사망 사실조차 까맣게 몰랐던 정보공백 상황의 미국으로선 아시아에서 중국 없이 전략을 전개하기 어렵다는 점을 절감했을 것이다. 핵개발을 강행하는 이란 제재, 철군을 앞둔 아프가니스탄 관리 문제도 중국 협조가 없다면 비슷한 양상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북한에 아무런 지렛대가 없는 미국이 향후 북미협상에서 김정일 사망 이전보다 적극적 행보로 '관리'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눈치 빠른 일본은 미국, 중국의 회담을 주선하고 나섰다. 김정일 사망이 던진 과제는 우리가 북한만 주목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이다.

이태규 워싱턴 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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