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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너만이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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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너만이 희망이다

입력
2011.12.25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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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 H는 교사 임용도 꿈을 이루지 못하고, 생에 처음 쓴 소설로도 뜻을 이루지 못한 채 추운 날씨 속에 짐을 꾸려 '노량진'으로 떠났다. H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아주 오랫동안 뵙지 못할 것 같다고. 어디 제자 H뿐이겠는가. 전국에서 많은 대학생이 졸업의 축하를 포기하고 노량진으로 벌써 떠났을 것이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은 시험으로 자신의 꿈을 이루려는 젊은이를 위한 전문학원가가 밀집해 있다. 네이버로 검색해 보니 고시학원 169, 입시학원 135, 공무원 학원 63곳에 독서실 95곳이 뜬다. 대학을 졸업하고 노량진에서 몇 년씩 '열공'을 해야 꿈을 이룰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H가 마치 청춘의 수형소로 떠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지만 뜨거운 박수로 떠나 보냈다. 노량진으로 갈 수 있는 일도 대학 4년에 등골이 휘어진 부모의, 다시 등골이 빠지는 지원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노량진으로 가고 싶지만 가정형편이 어려워 포기하는 청춘들이 더 많은 것도 현실이다.

올해 많은 사람들이 '희망'을 말했다. 너도 나도 젊은이 표를 구하기 위해 희망을 이야기했지만 대한민국에 노량진이 있는 한 희망은 없다. 젊은이들에게 바늘구멍만한 기회를 주고 더 이상 희망이란 말로 유혹하지 마라. 청춘이여 그런 유혹에 흔들리지 마라. 제자 H에게 말했다. 너에게는 너만이 희망이다. 너와 싸워 이겨서 돌아오라.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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