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교부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발표 당일인 19일 오후 이규형 주중한국 대사 등 한국, 미국, 러시아, 일본 4개국 대사를 불러 북한을 자극하지 말 것을 당부한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조용천 주중 한국대사관 정무공사는 이날 “장즈쥔(張志軍) 중국 외교부 상무부부장이 북한이 김 위원장 사망 사실을 발표한 19일 주중한국대사를 외교부로 불렀다”며 “이규형 대사와 박준용 공사참사관이 외교부를 찾아 김 위원장 사망에 대한 중국측 입장을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장 부부장은 이 대사에게 “한반도와 주변 지역의 평화와 안정은 중국의 중요한 전략적 이익과 지대한 관심일 뿐 아니라 각국에도 이익”이라면서 한반도 평화와 안정 확보에 협조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 부부장은 이 자리에서 “북한 내부는 현재 안정된 상태”라고 전하며 “중국 정부 역시 김 위원장의 사망 사실을 북한의 공식 발표 당일 알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중국이 공식 발표 이전에 김 위원장의 사망 사실을 알았다는 국내 일부 언론의 보도를 일축하는 것이다.
조용천 공사는 “중국은 김 위원장의 사망으로 향후 북한 내부가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것을 깊이 우려하며 한국 정부가 한반도의 안정을 위해 북한을 자극하는 행위를 삼갈 것을 요청했다”며 “중국이 전략적 이익을 강조한 것은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평화적으로 권력을 승계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국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생각을 간접적으로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분석했다.
교도(共同)통신 등 일본 언론들도 이날 중국이 김 위원장 사망 발표 직후 6자 회담 참가국인 한국, 미국, 일본, 러시아 등 4국 대사를 개별적으로 외교부로 불러 한반도 안정에 협력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교도통신은 “이는 극히 이례적인 것”이라며 “한국, 미국, 일본 등이 김 위원장 사망이라는 위기 상황을 틈타 위기를 조장하는 것을 삼가라는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베이징의 외교소식통은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이 김 위원장 사망 직후 한국, 미국 등의 외교장관과 전화회담한데 이어 4개국 대사들까지 불러 북한을 자극하지 말 것을 직접 강조한 것은 북한의 후견인으로 중국의 역할론을 국제 사회에 각인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베이징=장학만특파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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