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급작스런 사망을 놓고 사전 정보파악에 관한 의견이 분분하다. 북한 조선중앙TV는 김정일이 17일 오전 8시30분에 달리는 열차 안에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국가정보원과 군, 외교부, 통일부 등은 이 발표를 보고서야 김정일의 사망을 알게 됐다고 말하고 있다.
특히 정보 주무부서인 국정원이 이틀 동안이나 김정일의 사망을 알지 못한 것은 정보체계에 큰 구멍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편으론 국정원과 외교통상부가 17일 당일 김정일 사망 첩보를 입수하고 청와대에 보고했으나 청와대가 '정확한 정보를 제시하라'며 신빙성을 두지 않았다고도 한다.
어찌됐건 국정원은 17일 이후 북한을 주시했으나 특이한 동향을 파악하지 못하고 더 이상의 정보를 알아내지는 못했다. 국정원은 15일부터 17일까지 김정일의 전용열차 3대가 평양 용성역 에서 전혀 움직이지 않아 특이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나 중국은 당일 사건을 파악하고 대비한 것으로 알려져 우리와 비교돼 문제가 되고 있다.
국정원의 대북 정보력의 약화는 지난 김대중정부 때부터 이다. 김대중 정부는 정권을 인수하자마자 대대적인 국정원 개혁을 단행하면서 대공업무 정보수집체계를 반감시켰다. 이러한 여파로 일선 경찰청까지 보안, 정보업무의 약화를 불러왔다. 되려 간첩 정보를 수집하려면 불이익을 감수할 정도였다. 김영삼 정부까지 이어오던 남북 인적정보망도 일거에 끊어졌다.
이명박 정부 들어와 와해됐던 대북정보 수집체제를 다시 세우려고 노력했으나 아직 계획대로 잘 되지 않는 모양이다. 인적정보망도 쉽사리 재건되고 있지 않다. 이런 와중에 국정원은 나름대로 편제를 개편하고 최신 정보력을 바탕으로 북의 정세를 살펴 왔으나 김정일과 같은 독재자의 사망에 대한 정보는 최측근 외에는 알 수 없는 극비사항으로 인적라인 없이는 알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국정원은 2008년 김정일이 뇌경색으로 쓰러지자 뇌 사진을 긴급 입수해 당시 5년 이내에 사망할 확률이 높다는 정보를 내놓았고 이는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인적 네트워킹이 전무한 상태에서 극비리에 김정일의 건강정보를 세밀하게 파악한 것은 쾌거였다.
김정일의 건강상태를 정확히 파악한 댓가로 김정일과의 남북정상회담을 서두르지 않았고 김정은으로의 3대 세습을 북한이 조급해하는 이유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특히 미국과 긴밀하게 대북정보를 공유하면서 국정원은 국방부와 외교부, 통일부와 일관된 정보교류를 추진해 왔다.
이러한 맥락에서 갑작스런 김정일 사망을 두고 일방적으로 국정원의 대북정보력 부재라고 몰아 부치는 것은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 북한 체제의 비밀스럽고 은밀한 속성을 감안해야 한다. 실제 김정일의 사망 시점도 명확하지 않으며 달리는 기차 안에서 사망했다는 북한의 일방적인 주장을 다 믿을 수도 없는 것이다. 실제적 사실은 시간이 지나면서 밝혀질 것이다. 김정일 사망 인지시점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것을 비난하는 것은 이 시점에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북한은 김정일 사망을 기회로 김정은 세습의 순서를 착실히 밟아 가고 있다. 이러한 막중한 한반도의 체제 전환시기에 우리가 사망시점을 놓고 자중지란을 일으키는 것은 올바른 방향이 아니다.
지금은 국정원이 총 전력을 가동하여 북한을 예의 주시할 때이다.
강승규 고려대 북한학과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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