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최태원(51) 회장 형제의 선물투자 손실 그룹 보전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이중희)는 거액의 회사돈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ㆍ배임) 등으로 최재원(48) 수석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23일 밝혔다.
최 부회장에 대한 영장이 발부될 경우 검찰은 최태원 회장에 대해서는 보강수사를 거쳐 불구속 기소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최 부회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27일 오전 10시30분에 열린다.
검찰에 따르면 최 부회장은 SK그룹 18개 계열사가 창업투자사 베넥스인베스트먼트에 투자한 2,800억원 중 992억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최 부회장은 김준홍(46ㆍ구속기소) 베넥스 대표에게 지시해 SK텔레콤과 SKC&C가 2008년 10월 베넥스에 출자한 투자금 497억원을 빼돌려 최태원 회장의 선물투자를 대행한 무속인 김원홍(50ㆍ해외체류)씨 계좌로 송금했고 한 달 뒤 김씨는 SK E&S와 SK가스, 부산도시가스의 투자금 495억원으로 이를 메웠다.
최 부회장은 베넥스에서 빼돌린 SK 계열사들의 투자금을 메워 넣기 위해 베넥스 자금 220억원을 현대스위스저축은행에 담보로 예치한 뒤 221억원을 대출받는 등 총 6명 명의로 768억원을 대출받도록 김씨에게 지시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최 부회장은 또 측근 2명이 차명 보유한 비상장사 아이에프글로벌(IFG) 주식 6,593주를 액면가의 700배인 230억원에 베넥스 자금으로 매입하도록 김씨에게 지시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도 받고 있다. 최 부회장의 횡령ㆍ배임 액수는 2,000억여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일 1차 소환조사에서 혐의를 부인하던 최 부회장은 7일과 22일 실시된 소환조사에서는 일부 혐의를 인정했다.
검찰이 최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함에 따라 최 회장에 대한 사법처리 수위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형과 동생이 범행을 공모한 것으로 보이는 만큼 최 회장의 혐의가 동생보다 결코 가볍지 않다"고 밝혔다. 검찰은 선물투자 자금 마련을 주도한 인물은 최 부회장이지만, 이를 지시하고 불법적으로 조성된 자금을 실제 사용한 인물은 최 회장으로 판단하고 있다.
검찰 수뇌부는 그러나 법리적 판단과 별개로 최종 판단을 두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의 오너 부재로 예상되는 경제적 파장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는 데다, 형제를 모두 구속 수사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검찰이 이날 형을 제외하고 동생에 대해서만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도 최 회장은 불구속 기소할 것이라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최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될 경우 검찰은 최 회장 형제 신병 처리에 대한 구도를 처음부터 다시 짜야 할 수도 있다. 수사팀 관계자는 "최 회장에 대한 최종 사법처리 수위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으며 변수도 많다"고 말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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