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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사람/ 첫 해외진출 김현희 경매사 "세계시장서 미술품 한류 기대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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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사람/ 첫 해외진출 김현희 경매사 "세계시장서 미술품 한류 기대하세요"

입력
2011.12.23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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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과 별관(입찰자가 몰리면 별도 공간에서 모니터를 보며 경매에 참여하는데 이럴 때 별도 공간을 지칭하는 용어), 그리고 전화(인터넷 중계를 보며 경매에 참여하는 자)의 경합입니다. 현장 3,700(만원). 별관 하시겠습니까(가격을 올리겠습니까 라는 뜻). 네 별관 4,000. 전화 고객 잠시 기다려 보겠습니다. (5초 동안 정적). 네 현재 별관 4,000. 이번에는 현장 하시겠습니까. 네, 현장 4,300입니다. 별관은요. (다시 정적). 그럼. 하나. 둘. 셋. 현장 낙찰입니다. 패드 확인하겠습니다. 99번."

15일 오후 서울옥션 강남점. 국내 최대 미술품 경매회사 서울옥션의 올해 마지막 정기 경매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한편의 드라마였다. 경매사가 흥정을 붙이면서 불붙기 시작한 참가자들간의 대결은 작품의 최종 주인을 찾기까지 엎치락 뒤치락의 연속이었다.

수 백 명 관객을 향해 환하게 웃는 경매사의 목소리는 나긋나긋했지만 '가격을 올려 판을 키워보라'는 부추김이 역력했다. 경매사는 서로 얼굴을 볼 수 없는 경쟁자들의 애간장을 태우려 능숙하게 라이벌을 만들더니 밝은 얼굴로 한 경쟁자를 바라본다. 한 번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해 보라는 무언의 압력이다. 결국 그 경쟁자는 패드를 들고 만다. 300만원이 오르는 순간, 경매사는 왼손에 들고 있는 낙찰봉을 '쾅' 내리친다.

판세를 쥐락펴락하는 경매사는 현장의 '지배자'였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김현희(30) 경매사는 "수양 딸을 시집 보내는 엄마의 역할"이라며 수줍게 말했다. 수집가가 애지중지하던 작품을 넘겨 받아 최대한 좋은 가격에 낙찰 받도록 노력해야 하기 때문이란다. 경매사 하기에 따라 낙찰가는 몇 배 이상 오르기도, 몇 분의 일로 떨어지기도 한다.

김 경매사는 "경매 몇 달 전부터 미술 전문가, 화랑 관계자 등 여러 통로로 좋은 작품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는 수집가를 파악한다"며 "자식에게 물려줘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할 것 같아 팔기로 마음 먹었거나, 부도 등으로 급한 자금이 필요한 수집가를 찾는 게 관건"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설득 작업. "그 동안 낙찰 결과 등 구체적 데이터를 제시하며 좋은 값에 팔아드리겠다고 매달려야 조금씩 마음을 연다. 막상 작품을 내놓았다 결정을 뒤집는 경우도 많아 끝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다"고 했다. 이번 경매에도 박정희 전 대통령의 휘호를 내놓은 수집가가 경매 전날 마음을 돌렸다.

어쨌든 이렇게 확보한 작품을 들고 여러 전문가를 찾아 진품인지 확인한다. 작품과 작가의 모든 것을 공부한 뒤 직접 쓴 글과 자료로 안내 책자를 만들면 경매 준비는 끝.

대학에서 미술사를 공부한 김 경매사는 전시기획 일을 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는"회사의 제안으로 우연히 경매사 일을 시작한 2006년 인사동에서 중저가 작품을 가지고 '열린 경매'를 진행했는데 300만원에서 시작한 작자 미상 작품이 3,300만원에 팔렸다"며 "그 때의 짜릿함 때문에 경매사에 도전하기로 맘 먹었다"고 말했다.

경력 6년의 그에게 올해는 특별했다. 2008년 홍콩 경매 시장에 진출한 서울옥션의 홍콩 현지 경매를 진행하며 '국내 미술 경매사 중 첫 해외 경매 진행자'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서울옥션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해외 유명 회사 경매사에게 진행을 맡겼지만 김 경매사의 실력이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한국 작품을 해외에 더 잘 소개하려면 한국 경매사가 더 나을 것이라는 점도 작용했다"고 말했다.

김 경매사는 "한류의 영향 등으로 한국 미술품과 작가에 대한 해외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빛을 보지 못했던 좋은 한국 작품이 세계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 받도록 안내자 역할을 충실히 할 것"이라고 했다.

미술품이 투자 대상으로 인기를 끌면서 경매 참가자 수도 늘고 있는 추세. 그는 "수 천만원 넘는 값비싼 작품이 아니어도 자기 재정 상태에 맞는 작품부터 얼마든지 시도해 볼 수 있다"며 "투자와 문화 생활이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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