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국방위원장 조문을 위해 26, 27일쯤 방북하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89) 여사, 현정은(56) 현대그룹 회장과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의 만남이 이뤄질지 관심이 쏠린다. 아직까진 김정은이 직접 접촉한 남측 주요 인사가 없어 이번에 만남이 성사된다면 김정은의 대남 외교 '데뷔'가 되는 셈이다.
북한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상주 자격으로 두 사람을 만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특히 '이 여사는 그냥 돌려 보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고 현 회장의 경우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동국대 북한학과 김용현 교수는 23일 "북한에서 김 전 대통령 내외가 갖는 상징성이 매우 크고, 이 여사가 고령인 만큼 김정은이 예의를 갖추기 위해 현 회장은 몰라도 최소한 이 여사에게는 직접 감사 인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은 20일 이후부터는 조문객들을 직접 맞이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김 위원장의 시신이 안치돼 있는 평양 금수산기념궁전에서 양측의 만남이 자연스럽게 이뤄질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2009년 8월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당시 조문단으로 왔던 김기남 노동당 중앙위 비서와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은 조문을 마치고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접견했었다.
하지만 이번엔 이 여사와 현 회장 등의 일정이 조문에만 국한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 대북 소식통은 "상중인 김정은이 남측의 공식 대북 채널도 아닌 이 여사나 현 회장과 별도의 공식 회동을 추진하진 않을 것"이라며 "김정은은 간단히 인사만 주고 받고,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등이 이 여사와 현 회장 일행의 일정 수행을 전담하게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김정은이 성의를 표시하기 위해 간단한 티타임을 갖자고 제안할 수는 있지만 이 경우에도 김정은이 남북 현안과 관련한 비중 있는 메시지를 전달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물론 북한이 워낙 예측 불허인 만큼, 김정은이 이 여사와 현 회장을 통해 깜짝 대남 메시지를 전하거나 두 사람에게 영결식(28일) 참여를 제안하는 등의 파격적 행보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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