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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우의 공감] 강용석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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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우의 공감] 강용석 국회의원

입력
2011.12.23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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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속 강용석 의원은 아나운서 집단모욕 사건으로 파렴치한 정치인의 아이콘이 되어 버렸다. 그는 서울대 법학과와 미국 하버드 법대 대학원 석사를 마치고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한나라당으로 출마해 국회의원이 될 때까지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그는 말 한마디 잘못하는 바람에 아나운서들에게 민ㆍ형사상 고발을 당하고 한나라당에서 제명되는 등 하루 아침에 지옥의 나락으로 떨어졌고 정치생명 마저 끊길 위기에 처했다. 그는 이후 개그맨 최효종, 박원순 서울시장,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등을 잇따라 고소하고, 중국 대사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는 등 기행을 보이고 있다. 덕분에 유명세를 탔지만 여론은 차갑게 반응했고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은 그를 더욱 험난한 질곡에 빠뜨리고 있다. 주변에서 "그런 인물을 왜 인터뷰하나. 면죄부를 주려는 거냐"라며 강하게 반대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하지만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서울 종로의 한 맥주집에서 그를 만났다.

-아나운서 고발 건은 어디까지 진행됐나.

"2심에서 징역 6월 집행유예 1년이 나왔다. 상고심인 대법원에 사건이 계류 중이고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 상실뿐 아니라 자격정지까지 된다. 나는 일반 형사범이라 선거사범인 정봉주 전 의원처럼 자격정지가 10년까지는 아니다."

-당시 아나운서들에 대해 왜 그런 말을 했나.

"그 자리에는 대학생들만 있었다. 돌아가면서 서로 진로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였고 나는 조언을 했다. 여러 번 모인 적이 있어서 편하게 이야기 한 거다. 변명 같지만 솔직히 그런 말을 했는지 기억이 잘 안 난다. 그런데 지금은'인정한다. 잘못했다'고 말할 수 밖에 없다. 취재한 기자도 직접 들은 게 아니고 그 자리에서 들었다는 학생에게 들은 거다."

-억울하나.

" 이제 와서 억울하니 안하니 하면 추잡해진다. 기사에 나온 핵심 발언이 세 종류인데. 2종류는 내가 안 했다는 것이 재판에서 밝혀졌다. 아나운서와 관련된 언급 하나 남았다. 나머지 두 개는 다른 학생들이 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 사건 때문에 유명해졌다. 덕분에 인지도가 많이 올랐다. 내년 총선 전에는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오기 어렵다. 경쟁자들이 '강의원은 당선되더라도 당선무효가 될 텐데 왜 찍어주느냐'는 식으로 비방하는 것이 걱정이다."

-개그맨 최효종 고소 건은.

"민사소송으로 아나운서협회에서 내게 손해배상 12억원을 청구한 판결(11월24일)을 앞두고 있을 때였다. 이미 형사사건 1, 2심이 집단모욕을 인정해 민사도 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본적으로 여론을 바꾸지 않으면 꼼짝없이 당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최효종을 고소했다. 최효종이 국회의원 풍자한 것이 10월 2일이다. 그날 개그콘서트 사마귀 유치원을 보면서 그게 딱 집단모욕 건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사석, 술자리에서 몇 명을 상대로 얘기했지만 최효종은 공중파 방송에서 공적으로 얘기한 것이다. 대상자 숫자도 많다. 국회의원은 300명이 안되고 아나운서는 적게 잡아도 1,500명 이다. 이건 딱 들어맞는 케이스다. 내가 집단모욕을 한 것이라면 최효종도 집단모욕을 한 것이다. 그러나 최효종을 고소했더니 국민들이 '미친 놈 말이 되나'라고 했다. 뒤집어 보면 집단모욕죄가 성립이 안된다는 결과다. 덕분에 나에 대한 민사소송에서 집단 모욕죄가 성립이 안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재판장이 예를 들었다. 나를 유죄로 할 경우 '국회의원은 도둑놈이다. 서울사람은 보수적이다'라고 말하는 것도 다 처벌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략이 좋았던 건가.

"어쩔 수 없었다. 죽음을 눈앞에 두고, 정치적 생명을 눈 앞에 두고,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걸 했다. 고소 직후 최효종 측에서 사과할 테니 취하해 달라고 했다. 하지만 '사과할 필요 없다. 그럼 진짜 코미디 된다'고 내 의도를 자세히 설명했다. 내가 살기 위해 그런 거라 당연히 취소할 거라고 했다. 최효종씨 불안해 하지 말라고 했다. 미안하다고도 했다."

-아무튼 아나운서 사건 이후 화제를 뿌리고 있다. 이전에는 조용했었는데.

"조용한 게 아니라 나름 열심히 했다. 한나라당에서 청년위원장 하면서 열심히 한 것은 아예 뉴스?안됐다. 그 때 알았다. 개가 사람을 무는 건 뉴스가 안 되고 사람이 개를 물어야 된다는 것을. 아나운서 발언은 사람이 개를 문 거다. 7월 20일 언론에 나왔는데 22일 오후에 기사 세 보니 2,500개였다. 이렇게 매체가 많았나 싶었다."

-시련이라고 생각 안 했나.

"엄청난 시련이었다. 국회의원 제명안 표결 부결까지 1년 1개월이다. 그 간 유배는 아니지만 초반 세달 못 나오고 그 이후로도 활동 제대로 못 했다. 그 때 책 많이 읽었다. 200권 넘었다. 평생 읽고 싶었던 33권을 읽었다. 나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그랬다. 아이랑 아파트 밑에 가서 야구 공 주고 받았다. 남들이 보면 좋은 아빠라고 했을 것이다. 근데 너무 할 게 없어서 아이랑 캐치볼 했다."

-'이런 황당한 국회의원이 있나'라는 생각을 했다.

"당연할 거다. 억울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벗어나려다 보면 더욱 빠진다. 1년 1개월 동안 온갖 생각을 다 하지 않았겠나. 어떻게 살아 갈까. 내가 어떻게 해도 언론이 씌워놓은 굴레를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나름 책사라고 하는 분들을 많이 만났다. 대표적 답이 봉사활동이랑 불출마하는 것이었다. 내가 불출마한다고 누가 관심 갖겠나. 봉사활동은 또 너무 진부하다. 부정적 이미지의 연예인들도 참고했다. 결국 작가적 상상력내지는 기획사적 상상력이 필요했다. 너무나 좋은 사람의 숨겨진 진실을 까발린다거나 하는 것이다. 그 때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가 떠올랐다. 내가 잘 아는 사람이다. 근데 과대 포장되고 있었다. 한나라당은 말도 안 되게 박원순 공격했다. '박 시장이 좌빨'이라는 것은 먹히지도 않고 입증도 불가능하다. 나는 팩트로 접근했다. 내가 참여연대 하면서 공개된 자료 안에 진실이 있다는 것을 배웠다. 감사보고서 같은 것을 꼼꼼히 보면 나온다. 아름다운 재단에 기업이 후원하는데 그냥 후원하는 게 없다. 사외이사 기업과 내부거래 하면 안 된다. 박원순시장이 포스코 풀무원 사외이사 할 때 아름다운 재단에 포스코 풀무원이 기부했다. 요걸 첫 번째 터트렸다. 근데 내 이미지가 안 좋을 때라 기자회견은 안 되겠다 싶어서 보도자료 2장만 내놨다. 다음날은 론스타 기부 받은 거 냈다. 박 시장이 경기고 선배라는데 서울대와 경기고 빼면 공격할 사람이 별로 없다."

-아들이 '친구들이 아빠를 강고소라고 부른다'는 이야기를 블로그에 올렸는데.

"블로그에다 개콘 후기를 썼다. 그날 개콘이 사실상 강용석 특집이었다. 아무리 적게 봐도 10군데에서 내 얘기가 나왔다. 그거보고 쓴 건데 일종의 전략이다. 저쪽에서 그렇게 했는데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애들이 '강고소'라 부르는 건 맞다. 최효종 고소 사건이후 초등학생들이 내 이름은 알아도 홍준표 손학규는 모른다."

-공부는 많이 했는데 인성교육이 잘 안된 것 같다는 지적이 있다.

"트위터에 '강용석 같은 사람 보면 애들 공부 열심히 시키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는 등의 얘기가 올라온다. 대중이 바라보는 것이 굉장히 즉자적이다. 옛날 정치하는 사람들은 선문답을 했다. JP YS 등은 바둑 두면서 툭 몇 마디 던지고 서로 눈만 꿈뻑 꿈뻑했다. 정치 이야기는 5분도 안 하는 데도 3당 합당 결의가 되는 식이다. 지금은 표피적 반응을 보이면서 아주 단순히 움직인다. 정치인들도 이리갔다 저리갔다 한다. 욕 먹는 게 두려워서다. 이념, 강령 없는'시사정당'소속들이다. 본인들은 그걸 중도라 이야기할지 모른다. 언론도 너무 표피적으로 쓰고 반응한다. 언젠가 대중이나 유권자가 알아주는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한다. 다음 선거에서는 모르지만 60살까지는 선거 나올 거니까 호흡 길게 가져갈 생각이다."

-어린 시절 어렵게 자랐다고 들었다.

"어려운 정도가 아니었다. 마포구 대흥동에서 단칸방에 네 식구 살았다. 화장실은 10m 바깥의 공동화장실 사용했다. 대학 등록금 마련하려고 고 3때 장학퀴즈 나가서 월 장원을 했다. 기 장원에서 욕심이 과해 막 부저를 누르다 제일 많이 맞추고 제일 많이 틀렸다. 29살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13~14년 간 교도소에 계셨다. 생계형 횡령 사기 경제범죄 등으로 들락날락 하셨다. 판사 지망했을 때가 1997년인데 그때 아버지가 목포 교도소에 있었다. 거기서 98년에 돌아가셨다. 현직 판사들 중에서 부친이 전과 있는 사람은 많았다. 하지만 부친이 교도소 있는 건 내가 처음이라 대법관들 사이에 논란이 있었다. 그래서 임용이 안됐다."

-안철수 원장과 조국 교수를 고발했다. 왜 못살게 구나.

"조국 교수는 정치가 뭔지 모르는 것 같다. 정치는 목숨 걸고 하는 거다. 정치는 치열하다. 그 분이 서울시장 선거에서 상당한 영향력 발휘했으면 책임을 져야 한다. 서울대 교수가 공직선거법 100만원 이상 벌금형 받으면 날아간다. 형법교수지만 선거법이 얼마나 센지 모르는 것 같다. 그 분 정도의 발언이 선거법으로 처벌 안 받으면 처벌 받을 게 없다. 그 정도로 강한 발언을 한 거다. 조국 교수 팔로어가 16만명이고 리트윗 통해 수십만명에게 퍼졌다. 약하게 보더라도 사전 선거운동이고 낙선운동 한 거니까 후보자 비방죄다. 형량이 굉장히 세다. 그걸로 한 번 재판도 받아보고 해야 형법교수로서 발언이 얼마나 신중해야 되나 알게 될 거다. 정치는 모든 걸 희생할 각오로 하는 거다. 취미로 하다 한 방에 간다. 안철수 원장 고발도 명백한 정치적 이유다. 그 분은 내년 대권후보 1순위다. 대권후보 1순위인 사람의 위장전입 행위를 고발 안 하면 정치인이 할 게 뭐 있나. '나꼼수'의 정봉주 스타일로 이야기하자면 안철수는 나 같은 잡놈 때문에 정치 못한다."

-한나라당에서 제명됐을 때 의원직 사퇴할 생각은 없었나.

"나는 직업으로 정치한다. 폼 잡으려 하는 게 아니다. 홍정욱 의원 스타일로 폼 잡다가 불출마 선언하고 그런 거 아니다. 생계 등 모든 게 정치에 달려있다. 밥 줄 끊으라는 소리랑 같다. 국민이 선택하지 안는 건 좋다. 하지만 다시 선택 받기 위해 노력한다."

-아나운서들의 실명과 주소를 판결문과 함께 인터넷에 올린 이유는.

"100% 명백한 실수로 변명의 여지가 없다. 판결문 왔다 해서 직원에게 인터넷에 올리라고 한 뒤 저녁 먹고 와보니 상황 끝이었다. 얼른 내렸는데 10~15분이 걸렸다."

▦강용석은 누구

1969년생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 법대와 하버드 법대 대학원을 졸업했다. 1991년 사법시험에 합격, 군 법무관 생활을 하다 97년 변호사 개업을 한 뒤 2008년 한나라당으로 출마해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하지만 아나운서 집단모욕 사건으로 한나라당에서 제명된 이후 무소속으로 활동하고 있다.

조재우 선임기자 josus62@hk.co.kr

사진=김주성기자 poe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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