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 후보지로 경북 영덕과 강원 삼척을 선정하면서, 원전중심의 전력공급정책이 다시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정부는 '원전은 안전성에 문제가 없고 달리 대안도 없다'는 입장이지만, 원전에 대해선 국제적으로나 국내적으로나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여서 추진에 대한 반대여론도 많은 상태다.
한국수력원자력과 원전 부지선정위원회는 23일 경북 울진을 포함해 3곳을 놓고 심사한 결과 영덕군 영덕읍 일대와 삼척시 근덕면 일대를 후보지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애초 올 상반기에 발표할 계획이었으나 일본 후쿠시마 방사능 유출사고 이후 원전 반대 여론이 높아져 발표시기를 미뤄왔다.
김영평 원전 부지선정위원장(고려대학교 명예교수)는 "삼척과 영덕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한 수용성 조사 결과 찬성률이 50% 내외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후보지 평가에서는 후쿠시마 방비대책을 별도로 반영할 필요는 없다"며"새로 드러난 안전성 문제는 건설기준에 반영되는 것이지 후보지 평가에서 반영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향후 환경성 검토 등 정밀조사를 거쳐 두 후보지역이 모두 원전부지로 최종 확정되면, 최대 140만㎾ 짜리 원전이 4기씩 들어서게 된다.
하지만 정부의 원전 정책강행에 대해선 해당지역에서조차 찬반여론이 갈려 있는데다, 학계나 시민단체 국민들 사이에서도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지 않은 상태다. 국제적으로도 원전을 계속 짓는 나라가 있는가 하면, 중단ㆍ포기하는 나라들도 속출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탈피 여론이 강력히 형성되고 있다. 일본 NHK 여론조사 결과 총 65%가 원전 의존도 축소, 아사히 신문 여론조사 결과 74%가 원전의 단계적 폐지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 역시 탈(脫)원전쪽으로 에너지정책을 전환하고 있는 상태다.
유럽도 원전 반대정서가 비등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 국민의 80% 이상이 '원전 계속 운전'에 반대의사를 표명했고, 이로 인해 독일 정부는 노후 원전 8기를 완전 가동중지하고, 현재 운영중인 9기도 2022년까지 완전 폐쇄키로 결정했다. 이탈리아에서도 올 6월 원전 재도입 관련 국민투표를 실시한 결과 94%가 반대 의사를 표명했으며, 스위스 역시 2034년 까지 점진적 원전 퇴출 계획을 마련한 상태다.
반면 미국과 중국 등에선 기존 원전 건설 계획을 그대로 추진하고 있다.
사실 원전이 옳은지 틀린지에 대해선 '정답'이 없는 상황. 100% 안전이란 있을 수 없고, 후세에까지 치명적 영향을 줄 수 있는 방사능인 만큼 0.01%라도 위험성이 있는 한 원전은 중단되어야 한다는 시각이 있는 반면, 더 이상 화석연료에 의존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태양광 풍력 같은 친환경에너지의 상업성이 확보되지도 않은 만큼 원전외엔 대안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문제는 충분한 국민적 공감대 없이 정부가 원전을 강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후보지 선정을 위한 여론조사 역시 해당지역에서만 실시됐을 뿐, 전체 국민들의 의견은 고려되지 않았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안전문제는 좀 더 정밀하게 살필 것"이라면서도 "장기전력수급계획에 따라 원전 건설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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