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를 전후해 앞서거니 뒤서거니 '꾸러기'들 방학이 이어진다. 해가 바뀌는 연말에, 연초에 아이들은 은근히 맘에 드는 선물을 기다리게 마련이다. 사랑 담은 선물로 그림책만한 것도 없을 듯하다. 그림책 전문가 3인에게서 연말 연시에 읽기 좋은 그림책을 3권씩 추천 받았다.(""는 추천인 평)
◆김경연 아동문학평론가
인형으로 구성돼 따스함 더해
어제 저녁 백희나 글ㆍ그림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유쾌한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동물 주민들 이야기. 그림이 아니라 인형으로 상황을 구성한 뒤 찍은 사진을 병풍처럼 이어 만들었다. 피아노 연주와 노래 부르기 좋아하는 개 부부, 채식주의자 산양, 무성한 털 때문에 물건을 자주 잃어버리는 양 아줌마, 크리스마스 장식을 구하러 나선 생쥐 부인 등을 정감 있게 담았다. "작은 우연과 친절이 안겨주는 행복을 담은 따스한 그림책, 펼쳐지고 이어지는 구성이 이웃과의 고리를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하는 책". 스토리보울 발행ㆍ1만2,000원.
집이 집을 나가버린 엉뚱한 상상력삐딱이를 찾아라 김태호 글ㆍ정현진 그림
늘어난 가족 때문에 창문이며 굴뚝이며 지붕까지 삐딱해져 버린 언덕 위의 작은 집(삐딱이)이 집을 나가 버렸다. 목표는 도시에서 새 가족 찾기. 하지만 도시에서 그를 반겨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연히 만난 주인에게 버림 받은 큰집이 삐딱이 가족의 보금자리가 돼주러 가겠다고 할 때 "맘대로 하세요" 하고 말했지만, 그때 삐딱이는 비로소 가족의 소중함을 느낀다. "가족 하나하나가 사실은 온 가족을 보듬는 집과 같다는 것을 보여주는 참신한 발상의 그림책". 비룡소 발행ㆍ1만2,000원.
입학 앞둔 아이에 설렘 한가득학교 가는 날 송언 글ㆍ김동수 그림
취학통지서를 받고 예비소집일을 맞고 입학식을 하고 학교생활을 시작하는 두 아이의 이상과 감정, 주변 환경을 그림일기로 실감 나게 표현했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이들과 예비 학부모가 읽기 좋은 책. 책의 왼쪽 면은 1960년대 동성국민학교 1학년 2반 구동준, 오른쪽 면에는 2000년대 한솔초등학교 1학년 2반 김지윤의 이야기를 실었다. 그런데 구동준은 지금 지윤이의 '할아버지' 선생님이다. "두 아이의 그림일기를 함께 보며 어른과 아이들의 대화를 이끌어내는 즐거운 책." 보림출판사 발행ㆍ1만1,000원.
◆강무홍 동화 작가
경쾌한 그림 속 근검절약 교훈이요셉의 작고 낡은 오버코트가…? 심스 태백 글ㆍ그림
오래 입어 작고, 누덕누덕한 천으로 기운 오버코트가 재킷이 되고, 조끼가 되고, 목도리가 됐다가 넥타이, 손수건을 거쳐 단추로 지혜롭게 재활용하는 과정을 재미나게 그렸다. 마침내 단추마저 떽데구루루~ 굴러 없어졌다. 이제 끝일까. 천만에. 요셉은 그 과정을 요렇게 그림책으로 만들었다. 미국 그림책 상인 칼데콧상 2000년 수상작. "간단한 장치로 최고의 효과를 낸 기발한 아이디어와 경쾌하고 따뜻한 색감이 돋보이는 그림책." 김정희 옮김. 베틀북 발행ㆍ9,800원.
리듬 맞춰 읽다보면 동시에 흠뻑빨주노초파남보 색깔 말놀이 박정선 글ㆍ윤미숙 그림
빨강 빨랫감을 잔뜩 쌓아놓고 빨래하는 산타 할아버지, 노랑나비 따라 노랑 오솔길로 따라가는 꼬맹이와 오리 친구들, 초록 차 타고 소풍 가는 아이들, 파랑 초대장을 받고 모두 모여 벌이는 파랑 파티, 남색 펭귄 헤엄치는 남색 바다, 보라색 밤하늘로 떠나는 밤기차. 빨주노초파남보 색깔을 말놀이로 재미나게 익힐 수 있다. "일곱 빛깔의 아름다움과 말놀이의 즐거움을 함께 맛볼 수 있다." 시공주니어 발행ㆍ9,000원.
연필·목탄만으로 풍푸한 울림 전해어느 개 이야기 가브리엘 뱅상 글ㆍ그림
버려진 떠돌이개가 쓸쓸히 헤매 다니다 외톨이 어린이를 만나 위로 받는 이야기. 글 없이 연필과 목판의 모노톤 데생만으로, 외로움에 사무치는 개의 내면을 생생하게 그려낸 수작이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그림책 상을 받았다. "어린이가 좋아하는 개를 주인공으로 버려진 존재를 돌아보게 하는 따뜻한 그림책으로 절제된 검은 연필선과 여백의 조화, 철학적 주제가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별천지 발행ㆍ9,000원.
◆이상희 그림책 작가
연극을 보는 듯한 새로운 재미엄마의 특별한 선물 한태희 글ㆍ그림
실제 체험을 바탕으로 만든 우리나라 작가의 그림책. 유치원 학부모 어머니들이 아이들을 위해 여러 날 함께 모여 애쓰고 공들이며 특별한 선물을 준비한다. 학예회라도 하듯 펼쳐 보이는 어른들의 혹부리영감 연극. "어머니들이 만드는 선물의 정체를 모르는 그림책 속의 아이들처럼 독자들도 궁금증과 기대감을 갖고 알콩달콩 재미난 이야기와 그림을 쫓아가다 보면 사고캑?물건 너머에서 '진정한 선물'을 받을 수 있다." 웅진주니어 발행ㆍ9,500원.
온 가족이 함께 읽을 때 감동 2배선물이 꼭 필요한 날 천즈위안 글ㆍ그림
크리스마스가 다가왔지만 꼬마곰네 집은 아빠가 직장을 구하지 못해 선물은 고사하고 허기만 겨우 면할 형편이다. 엄마 곰은 막내의 낡은 옷으로 장식을 만들고 아빠는 길에 떨어진 나뭇가지를 주워 트리를 꾸몄다. 다음날 아침, 막내는 오빠 언니 곰과 함께 생각지도 않게 크리스마스 트리 아래에 놓여있는 선물상자를 발견한다. 정말 산타할아버지가 오셨다 간 걸까. "가족과 함께 읽어서 마음 따뜻하게 하는 대만 작가의 다정한 그림책." 김현좌 옮김. 베틀북 발행ㆍ7,500원.
스토리와 그림에 완벽한 유머 담겨믿기 어려운 크리스마스 선물 44가지 나탈리 슈 등 글ㆍ그림
물을 주면 매일매일 가지 끝에 사탕이 주렁주렁 매달리는 나무, 어떤 벽에나 다 맞는 비밀 통로, 타고 다닐 수 있는 엄청 큰 개, 유효기간 평생의 회전목마 입장권, 공중에 던지면 비행기가 되고 욕조에 넣으면 배가 되고 땅에다 굴리면 다시 자동차가 되는 똑똑한 자동차. 유럽 작가 셋이 함께 만든 크리스마스 선물 그림책에는 "기발한 아이디어와 기분 좋은 유머가 익살스럽고도 멋진 그림과 함께 가득하다". 최윤정 옮김. 바람의아이들 발행ㆍ1만5,000원.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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