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중국의 '북한 끌어안기'가 예상보다 더 치밀하고 전략적인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중국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발표 다음날인 20일 북한 외무성에 김 위원장의 후계자인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의 중국 방문을 서면을 통해 공식 요청했던 것으로 23일 알려졌다.
베이징(北京) 외교가의 한 소식통은 "중국 외교부가 20일 북한 외무성에 서한을 보내 북한의 새 지도부가 편리한 시기에 중국을 방문할 것을 정식으로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중국 외교부는 초청 서한에서 '중조(중국과 북한) 지도부는 상호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중국은 조선의 새로운 영도자가 편리한 시기에 중국을 방문해 줄 것을 정중히 요청한다'고 적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의 발언은 중국 외교부의 브리핑에서도 간접적으로 확인됐다. 류웨이민(劉爲民)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서신을 발송한 20일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김정은 부위원장의 방중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중조 쌍방은 고위층 간의 왕래를 유지해 왔다"며 "조선(북한) 지도층의 중국 방문을 환영한다"는 식으로 직접적인 답변을 회피했다. 하지만 외교 소식통들은 류 대변인이 김정은 초청 서한을 보낸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공식적으로 확인해주기 어려운 상황에서 모호하고 불명확하게 얼버무린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들은 "초청 서한에서 김정은이라는 이름을 분명히 밝히지 않은 채 새로운 영도자라고 한 것은 북한 지도부에 대한 포괄적 지지를 밝힌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중국 외교부의 '서신외교'를 단순한 외교적 수사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중국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직후 사전에 미리 준비한 듯 새로운 지도자 김정은을 깍듯하게 예우하고 있다. 이를 두고 북중 우애의 전통을 새 후계 체제에서도 계속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베이징=장학만특파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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