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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박근혜, '아군을 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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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박근혜, '아군을 쳐라'

입력
2011.12.23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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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의 부정적인 측면은 '보수''올드''대구ㆍ경북'(TK) 이미지가 너무 강하게 풍긴다는 것이다. 박 위원장의 내재적 요소에 따른 현상이라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하더라도 대선에 불리하게 작용한다면 이런 이미지 고착화는 가급적 피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박 위원장은 그간 측근들이 '입'을 대신하는 대리 정치를 즐겼고 국민은 이들을 통해 박 위원장의 모습을 봤다. 박 위원장과 친소관계가 두터운 이들이 모이다 보니 보수 성향의 영남권 인사들이 늘어났고, 심지어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에 활약하던 사람들이 한 축을 이뤘다. 박 위원장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확대 재생산된 한 이유다.

물론 이명박 대통령과 친이계의 위세에 눌려 더더욱 안으로 결속을 도모해야 했던 불가피성은 이해가 된다. 뭉쳐야 살 수 있다는 피해의식이 있었단 얘기다. 세 불리를 느낀 박 위원장 입장에서도 곁으로 모여든 사람들을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친이계는 와해됐고 이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도 위축됐다. 박 위원장이 명실상부한 여당의 1인자다.

박 위원장은 취임과 동시에 "이제 바꿔야 한다. 더 이상 잃을 것도 없다. 가진 모든 것을 내려놓고 국민만 보고 가겠다"고 말했다. 이를 전후해 당내 친박계 의원들도 여의포럼과 선진사회연구포럼 등 내부 모임을 자진 해산했다.

시동은 걸린 셈이지만 갈 길은 멀다. 여야 의원들의 불출마 선언이 잇따르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박 위원장과 가까운 고령의 다선 의원이나, 영남 지역 의원들이 대의를 위해 용퇴하겠다는 말은 들리지 않는다. 그토록 소리 높여 외치던 충정을 정작 필요할 때에는 보여주는 이가 없는 셈이니 박 위원장도 무척이나 답답할 것이다.

할 수 없다. 박 위원장이 직접 칼을 드는 게 정답이다.

그 첫 단추는 내주 초 구성되는 비대위원 면면이 누구냐에 달려있다. 시간적 제약도 있고 인물 기근에 시달리는 점도 이해는 되지만 당 쇄신을 통한 국민 감동의 시작점은 여기가 돼야 한다.

친박은 아니더라도 '덜박'(우호적이지만 친밀도가 덜 한 인사) 정도로 비대위가 구성된다면 당의 회생은 요원하다. 내키지 않을지 몰라도 필요하다면 이념적 대척점에 서 있는 인사들도 껴안아야 한다. 자신의 말처럼 이것저것 따질 계제가 아니다.

그리고 이들을 통해 혁신적인 총선 공천 작업을 수행해야 박 위원장의 부정적 이미지를 상쇄할 수 있다. 친박을 모두 배제하는 한이 있어도 그 길이 맞다면 가야 한다.

이 경우 탈당이나 분당(分黨) 운운하는 당내 일부 세력의 이탈 움직임이 차단되는 효과도 부수적으로 따라온다. 정치인들이 명분 없이 움직이지는 않으니까 말이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소식도 악재는 아니다. 앞으로는 북한 내 정변 여부가 한반도 안정을 좌우하는 주 요인이 된다. 우리가 대북 정책을 강경하게 하느냐 온건하게 하느냐를 따지기 앞서 일치된 방어태세 확립이 시급하게 된 것이니 북한 이슈가 반드시 여당에게 불리하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대내외적 여건은 갖춰졌다. 선택은 박 위원장에게 달렸다. 과감한 '측근 쳐내기'가 필요하다. 대사를 앞두고 인정이나 의리를 따진다는 건 너무나 한가한 얘기다. 뜻을 이루는 게 먼저이고, 그것이 진짜 정치다.

염영남 정치부 차장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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